아동학대·방임으로 초·중학교 못 다녀…국가 책임 묻는다
[EBS 뉴스12]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를 의무교육 기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아이가 별다른 사유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즉시 안전을 확인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망이 무너지면서,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아동학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아동이 석 달 가까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호자의 방임 때문이었습니다.
2년 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시 들어갔지만, 학교에 나온 날은 단 6일.
마지막 전학지에서는 81일 동안 장기 결석한 끝에 '정원 외 아동'으로 분류됐습니다.
결국 9년 간의 의무교육 기간 중, 이 아동이 실제로 학교에 다닌 건 고작 두 달 남짓.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제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인터뷰: 박제승 (가명) / 아동학대 피해자
"학교에 안 가고 나서 정원 외 관리 대상자가 돼 있었다면 분명히 의문점이 들어서 계속 찾아야 정상인 건데, (18살 때) 검정고시 보겠다고 나타나니까 '어디 있었어요?'라고 나온 그 첫마디가 너무 좀 당황했던 것도 있고…."
당시 지침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일주일 이상 무단결석하면 학교는 보호자에게 출석을 독촉하고, 필요하면 가정방문 등 추가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연락 두절을 이유로 피해 아동을 '정원 외'로 분류해 관리에서 사실상 손을 뗐습니다.
인터뷰: 박제승 (가명) / 아동학대 피해자
"잘못된 건 잘못했다고 짚어야 되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딱 드는 생각이 그거예요. 왜 이걸 찾을 생각을 안 했을까.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사실 도움 요청을 안 한 게 아니거든요. 도움 요청을 했는데도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아동학대 신고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아동복지센터 역시 피해 아동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2004년부터 '식사를 안 준다'거나 '더러운 옷을 입힌다'는 내용의 신고가 있었고, 2008년엔 무단결석 아동이라는 신고도 접수됐지만, 모두 단순 사건으로 종결되거나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조민지 변호사 / 법무법인 여는
"특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신고가 됐는데 왜 이 사람에 대해서 아무런 지원이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지난 2015년, 인천에서 집안에 갇혀 학대당하던 11살 아이가 빌라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출석 독려는 물론,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땐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홈스쿨링 중'이라며 학교에 나오지 않던 초등학생이 숨지는 등 아동학대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준협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피고 재발을 방지해서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필수적인 의무교육을 받고,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학교도,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외면한 사이, 가장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아동학대 피해자.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조만간 항소할 예정입니다.
EBS 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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