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박진영에게 '듣기'란 [인터뷰]

송오정 기자 2025. 7. 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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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드라마 '미지의 서울' 속 이호수에게 있어, 또 배우 박진영에게 있어도 '듣는다'는 건 좀 더 특별한 의미가 됐다. 들리지 않던 것을 듣기 위해 좀 더 집중하고 상대과 발 맞추기 위해 귀 기울인 끝에, 성장이란 메아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연출 박신우 남건)은 자체 최고 시청률 8.4%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렇게나 큰 사랑을 예상치 못했던 박진영은 "결과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과정에서 행복하고 좋았다면 그래도 좋지 않을까 했는데 큰 사랑까지 받아, 순진한 말일 수 있지만 진심이 통한 것 같아 감사드린다. 마냥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이호수 역으로 분한 박진영은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려 '미지의 서울'과 함께 하게 됐을까. 그는 "누구보다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이야기에 귀기울이려는 설정이 좋았다. 다른 사람보다 안 들리지만 오히려 들으려 했다는 게 참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묵묵한 기다림'도 박진영이 느낀 이호수란 캐릭터의 매력이었다.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저런 말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미지를 지지하는 모습이 후반으로 갈수록 더 잘 보여서 내가 해보면 어느 순간 내 어떤 부분을 크게 채워줄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호수처럼 좋은 사람이 되긴 어렵겠지만 그 친구의 일부분이 저에게도 남아있게 되는 경험이 있어 그런 부분이 제게 괜찮지 않을까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호수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자 했다고. 박진영은 "말이 되게 빠른 성격은 아니다. 멤버들이랑 있을 땐 좀 빨라지지만 다른 친구들 보다는 좀 느려서 그걸 극대화하면 호수와 가깝지 않을까. '말이 느리다' 이런 설정은 없었지만 '말은 많은데 왜 이렇게 느린 거 같지?'란 느낌을 받았다. 전 성격이 급한데 호수는 잘 기다려주는 점은 좀 다른 거 같다"면서 이호수란 캐릭터와 실제 박진영을 비교했다.


박진영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박진영은 "연기 선생님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상대 배우의 말을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을까를 많이 얘기 나눴다"면서 "호수는 상대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쓴 거 같다"라며 자신만의 캐릭터 분석 포인트를 밝혔다.

여기에 박신우 감독의 디렉팅이 더해져 우리가 아는 '이호수'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첫 신 때 기억이 난다. 황 비서라는 분이랑 뜨개질을 하는 카페 신이 저의 첫 대사 장면이었다. 그때 감독님의 주문이 저에게 꽂혀서 '아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못 채우는 부분을 감독님을 통해 채울 수 있겠다'란 확신이 들었다. 저는 황 비서님 말에 다 반응을 했는데 감독님은 '반만 줄이면 호수 같을 거 같다'라고 하셨다. 제가 봐도 그게 호수같더라. 100% 신뢰하고 갔던 게, 감독님이 절 호수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주지 않았나.."라며 박신우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호수'를 연기하며 가져갔던 연기 포인트도 들려줬다. 그는 "개인적으로 잡았던 디테일도 말을 더 또박또박하려고 한다던가, 남들만큼 발음을 잘하려고 검열하고 또 검열했을 거 같다. 시청자는 못 느끼셨을 수 있지만 말을 일부러 반템포 늦게 시작했다. 듣고 말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음 등을 생각하고 말하는 디테일이 무의식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싶어 그런 부분을 신경 많이 썼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미지의 서울'은 군 전역 후 첫 작품이었기에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박진영은 "제작발표회 땐 부담없다고 했지만 긴장 많이 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혹시 군 복무 전, 후로 연기톤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박진영은 "저는 크게 바뀌었다는 생각은 없는데, 예전처럼 내가 할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달라진 느낌을 주는 원인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엔 많이 급했어요. 지금도 급하긴 하지만(웃음). 더 급했죠. 내가 준비한 것, 외운 것을 그대로 하지 않으면 뭔가 제대로 연기를 못 한 거 같고.. 자책도 엄청 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많으셔서 '선배님만 보자' 했고, 감독님도 그럴 때 오케이를 주시는 걸 보고 좀 더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들으려 하는구나'를 스스로 느꼈죠."

사실 이호수란 캐릭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 데다, 양쪽 귀 중 다른 하나의 귀의 기능은 유지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호수에 대해 박진영은 "'크리스마스캐롤'이란 작품에서 느낀 건데, 중간에 있기에 오히려 아무 장애도 없는 사람이 되고자 더 노력할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런 면에서 이호수를 만난 건 박진영에게 성장이 됐다. 그는 "연기적으로 많이 생각하게 됐다. (이호수가)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왜 내가 안 들으려고 했을까, 듣고 반응했다면 더 좋은 연기가 나왔을 텐데. 왜 준비한 것만 말하려 했을까. 그걸 이 작품을 통해 많이 느끼고 체험했다. 다음 작업 때 그게 잘 될지 안 될진 모르겠다. 기계처럼 하려고 됐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됐다"면서 "그걸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레벨에 도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미지의 서울'에는 겉으론 화려한 직업 혹은 직장을 가졌지만 남모를 상처 등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박진영은 "글을 보고 느꼈고 드라마로 표현됐을 때 더 느낀 건데 요즘 시대가 반영됐다 생각됐다"라며 "소셜네트워크로 남의 인생을 봤을 때 좋아 보이듯. 호수를 겉으로 보기에 장애가 있다는 걸 모르니까 변호사란 직업이 대단해 보이고, 미래도 공사에 다니는데 속은 곪아 있다. 그걸 말해주고 싶었던 거 같다. 빛나 보이지만 누구나 곪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라며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되짚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살짝 들려줬다. 박진영 역시 감추고 싶은 부분은 있었고, 또 힘들 땐 주변에 어떻게 도움을 얻고 있을까. 박진영은 "힘들 때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사람을 찾아간다. 힘든 이야기를 털어놨을 때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심각한 상황인지 아닌지 티가 난다. 그러면 별거 아닌데 내가 깊게 생각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전화를 하든 만나든, 잠깐 털어놓으면 많이 좋아지더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저는 저의 조용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성격을 싫어한다. 텐션을 확 올려야 할 때도 있는데 좀 더 나서지 못 하는 걸 스스로 참 싫어했다"라고 고백했다.

한때는 '고슴도치'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예민함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박진영은 그런 부담과 짐과 역할을 나눌 줄 알게 됐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멤버들이, 주변사람들이 다 알아주고 있었고 표현만 안 하고 있었을 뿐이더라. 감추고 싶었던, 그런 부분을 멤버들이 채워줘서 혼자 생각할 필요가 없더라. 그걸 좀 멤버들 통해서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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