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극심한 차별”…탈레반 최고지도자에게 체포영장 발부한 ICC [플랫]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 최고지도자와 대법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재판소는 여성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통제가 반인륜적 범죄의 증거가 된다고 밝혔다.
ICC는 8일(현지시간) 반인도적 박해 혐의로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와 압둘 하킴 하카니 아프간 대법원장의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재판소는 탈레반이 “성별을 이유로 여성과 소녀를 구체적으로 표적 삼아 기본권과 자유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한 뒤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은 여성들을 공적 생활에서 배제했다. 여성들은 중등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없고 남성 동반 없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없으며 밖에서 말하거나 공공장소에 가는 것이 금지됐다.
[플랫]구걸도 못하는 아프간 여성들… ‘반구걸법’으로 체포당한 이들은 구타·성폭행 당해
ICC는 이들이 탈레반의 젠더 정책을 따르지 않는 여성과 소녀 등을 박해했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이들이 교육과 사생활의 권리, 이동·표현·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ICC는 또한 이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탈레반의 표적이 됐으며 이 정책들이 살인·구금·고문·강간·실종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인구 4100만명 중 절반인 여성에 가해지는 극심한 억압 때문에 아프간은 전 세계에서 여성에게 가장 차별적인 국가로 불리며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젠더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한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그런 터무니없는 발표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대한 강력한 헌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우리는 ICC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체포영장이 실제 체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회원국은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강제할 수단은 없다. 아쿤드자다는 공개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탈레반 발원지인 남부 도시 칸다하르 밖으로 거의 여행하지 않는다. 지난 1월 이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여성 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현재 휴직 중이다.
아프간 여성 인권 활동가는 ICC 체포영장 발부를 환영했다. 여성 활동가 마르잔은 “여성은 아프간에서 권리가 없다”며 체포영장 발부가 탈레반이 여성에게 더 심한 규제를 부과하는 것을 방지하는 압력으로 작동하기를 희망한다고 NYT에 말했다.
여성에 대한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정책 때문에 아프간은 세계에서 고립된 ‘왕따 국가’가 됐다. 지난 7일 유엔총회는 아프간 내 여성들에 대한 심각한 억압에 대해 경고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고 러시아는 기권했다.
러시아는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탈레반을 정식 정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맺었다. 러시아는 2016년 ICC를 탈퇴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쟁 범죄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정식 특보, 이해찬 전 총리 문병…“여전히 의식 없이 위중”
- 이 대통령 “220만원에 외국인 고용해 세계 최강 조선, 이상하지 않나”
- ‘춘향뎐’과 ‘모래시계’ 참여 배우 남정희 별세
-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한다면 설 전후로 출사표 던질 것”
- 어머니 때려 숨지게 한 60대 딸 체포…119에 직접 신고
- 중국 ‘군부 2인자’ 장유샤 등 군 최고위직 2명 “기율위반 조사”
- “이란 시위 사망자 5000명 넘어…최소 7400명 중상”
- 렌즈 너머의 권력···지도자들은 왜 선글라스를 쓰는가
- 정청래표 ‘1인 1표제’, 민주당 권리당원 찬성률 85.3%
- 별걸 다 별나게 꾸민다, 볼펜도…지금 동대문은 ‘볼꾸’ 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