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도정과 달라진 게 뭐야?” 제주 문화예술인들이 한숨 쉰 이유

한형진 기자 2025. 7. 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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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도정 3년] ⑦ 문화예술 정책
인수위부터 삐그덕...유종의 미 기대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어느덧 출범 4년 차로 접어들었다. 오영훈 지사는 3년 전 취임사에서 '위대한 도민 시대,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를 비전으로 내걸고 제왕적 권력을 도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청정환경 보전은 물론 도민소득의 안정적 보장도 언급했다. 1차산업과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 경제 등 미래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제주형 통합돌봄과 분산에너지 등 일부 정책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15분 도시, 20개 상장기업 유치 등 핵심 공약에 대한 냉혹한 평가도 있다. 고도지구 전면 해제와 신교통수단 도입 등 새로운 현안도 남아 있다. [제주의소리]는 민선 8기 도정의 임기 4년 차를 맞아 지난 성과와 과제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글] 

"민주당 도지사가 아니라 국민의힘 도지사처럼 느껴진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출범하고 나서 한 동안 제주 문화예술계 안에서는 이런 말이 오르내렸다. 과도한 음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당시 제주도 문화예술 행정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평이 나올만 했다.

문화 예술계가 실종된 인수위원회, 타 분야에 비해 아쉬운 문화예술 공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2024년 제주도 문화예술 예산 편성으로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주도는 2024년 본 예산에서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1118억원 편성했는데, 2023년에 비해 217억원(-16.30%p) 줄어들었다. 2019년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단체 137인이 제주도를 상대로 '예산 정상화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문화 행정을 책임지는 고위 공무원은 의회 뿐만 아니라 예술인과의 소통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눈총을 샀고, 지사 최측근은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특정 예술단체와 집단을 지나치게 폄훼하고 견제하는 언행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도예가인 지사 부인의 행보 또한 구설수에 올랐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탐라문화제에 대해서는 명칭 변경을 지시하듯 통보하고, 도정 방향에 맞게 문화예술 보조금을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세우며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해 7월 열린 오영훈 도정 문화예술 정책 토론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뿐만 아니라 속빈 강정이었던 예술인 복지 지원 시스템 용역, 무관심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참여한 '지역 대표예술단체 지원 사업', 취지는 기회 제공이지만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식전 공연, 최근에는 지나친 버스킹 강조 등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제주도 문화예술 행정이었다. '국민의힘 도지사냐'는 원색적인 비판은 지난 3년 간의 활동에 대한 깊은 아쉬움이라고 볼 수 있다.

민선 8기 시작부터 이어진 문제들은 2024년부터 서서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우선 2025년 문화예술 예산은 대폭 늘리면서 '문화예술 홀대론'을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다. 제주도의회가 요청했지만 2024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문화원탁회의도 정상 가동 중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아트플랫폼은 가능하면 빨리 정상 가동하기 위해 예산을 적극 투입했다. 제주어대사전 등 미진했던 주요 사업들도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제주역사관 배치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역사문화지구 기본 구상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선 8기 문화예술 공약은 ▲제주형 예술인 복지 지원 시스템 구축 ▲제주 마을별 문화예술브랜드 발굴·확산 ▲제주 역사문화 기반 구축 ▲읍면지역 생활복합문화 공간 조성 등이다.

예술인 복지 지원 시스템은 창작지원, 예술인 복지센터 운영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마을별 문화예술브랜드 발굴·확산은 지역특화 사업과 구석구석 문화 배달 등이 진행 중이다. 읍면 생활복합문화 공간은 애월·남원·표선·안덕 생활문화센터를 조성하는 동시에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공약은 '제주 역사문화 기반 구축'이다. 제주 역사문화지구 기반 조성과 제주 역사관 건립을 추진한다. 제주역사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가 7월 2일 열리는 등 민선 8기를 1년 남기고 밑그림이 그려졌다. 막대한 투입 예산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다음 도정에서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이다.
제주아트센터 바로 옆에서 제주 콘서트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약에는 없지만, 무려 760억원을 들여 제주에 처음 짓는 콘서트홀에 대한 운영 주체도 제주시인지 제주도인지를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

민선 8기 문화예술 행정의 지난 3년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기였다. 문화예술의 고유성을 인정·화합하기 보다는 갈등과 분열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모든 일에 끝이 좋아야 한다는 말처럼, 시작은 초라하고 시끄러웠을지언정 남은 기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민선 8기에 기대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