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몰던 튀르키예판 ‘미생’, 한국서 당구왕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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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갈 버스값이 없어 걸어서 갔"던 사나이가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구 큐였고, 이제 한국 땅에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택시를 몰 때 사납금을 채우면, 곧바로 당구 클럽으로 향했던 설렘과 초심도 여전하다.
흑해에 접한 튀르키예 중부 도시 시노프에 살았던 에멜은 당구 잡지의 기자였지만, 초클루와 우연히 마주친 뒤 그의 매력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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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갈 버스값이 없어 걸어서 갔”던 사나이가 있다. 학교도 일찍 중퇴했고, 택시와 미니버스 운전 등 생업 전선에서도 뛰었다. 때로 17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커피를 나르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구 큐였고, 이제 한국 땅에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튀르키예 출신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51·하나카드) 이야기다.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2025~2026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6월17~23일)에서 우승한 초클루를 최근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계 3쿠션의 ‘4대 천왕’ 다니엘 산체스를 결승전에서 꺾은 뒤 4일이 지났지만 표정은 밝았고, 따듯한 커피 잔을 감싸는 손길에 만족감이 묻어났다.
영원한 서포터인 부인 에멜 초클루 소식을 물으니, 그는 “영상 통화로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한국에 안 오겠다고 하면 큰일”이라며 익살을 떨었다. 에멜은 심장 시술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튀르키예에 남았다.
부인이 없어도 힘을 낸 것을 보면 초클루는 한국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다. 그는 “과거 한국을 10여 차례 방문했고, 음식과 문화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며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은 다르다. 초클루는 “한국에 집도 있고 차도 있다. 내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통산 2승 고지에 올랐고, 팀리그 최우수선수에 선정(2024년)된 것은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배운다”는 겸손한 열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더 큰 자산이다. 그는 “내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당구가 워낙 미묘하고 섬세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실제 100% 준비했다고 생각한 선수가 첫 게임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그는 당구를 “멈출 수 없는 스포츠” “밑도 끝도 없이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표현했다. 택시를 몰 때 사납금을 채우면, 곧바로 당구 클럽으로 향했던 설렘과 초심도 여전하다. 경쟁자인 조재호나 산체스 등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이런 당구 진심에서 나온다.

일찍 학업을 중단한 것에도 구애되지 않는다. 그는 “인생의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누구와 어떤 주제를 놓고도 서로 얘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당구를 치는 고정된 방식이 없듯이, 사람마다 제각각의 인생을 산다는 뜻으로 들렸다. 더 나아가 “당구는 연습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행복해야 잘할 수 있다. 행복이 스킬(기술)”이라고 했다.
조만간 한국에 올 부인 에멜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흑해에 접한 튀르키예 중부 도시 시노프에 살았던 에멜은 당구 잡지의 기자였지만, 초클루와 우연히 마주친 뒤 그의 매력에 빠졌다.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뒤져 이스탄불에 사는 초클루 집에 먼저 연락한 이도 부인이었다. 초클루는 “에멜이 나를 발견했다”라며 웃었다.
그는 “아내는 최고의 팬이며 완벽하다. 경기 전에는 집중하도록 일절 내게 말을 하지 않고, 경기에 지면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초클루가 비시즌 기간 아내를 위해 시노프에서 장모가 있는 앙카라의 병원까지 왕복 1000여㎞ 거리를 오가며 에멜의 기사 노릇을 한 것에서 둘 사이의 애정이 느껴진다.
초클루는 이전 활동 무대인 세계캐롬연맹(UMB)에서 톱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비에이에서 극강의 선수로 거듭났다. “아직 90% 정도밖에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고, 하루 4시간 압축해 훈련하기에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는 “나도 욕심이 있다. 하지만 한 번에 두 단계를 갈 수 없다” 고 했다. 그의 말에서 치밀한 승부욕을 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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