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반환보증이 전세값을 올리는 ‘역설’···경실련 “HUG 보증도 LTV 적용해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공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담보인정비율(현행 90%)을 주택담보대출(LTV 60~70%) 수준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주택 가격에 맞먹는 전셋값에 대해 반환을 보증하면서 전세가가 부풀려진 부작용이 큰 만큼, 보증비율을 낮추지 않고는 전세사기 등으로 혼란해진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값 하락기가 아닌 상승기 때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폭증한 것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늘린 전세금 반환보증이 전세가를 부풀렸다는 방증”이라며 “지금이라도 대국민 합의에 나서서 반환보증에 60~70% 수준의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내줄 때 60~70%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한선을 두는 것처럼 정부가 반환을 보장하는 전세보증금 액수도 유사한 선을 설정하는 게 합당하다는 취지다.

이날 경실련이 발표한 ‘보증금 반환보증제도 실태 분석’ 결과를 보면, 담보인정비율을 100%로 인상한 2017년 2월을 기점으로 반환보증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7년 9조5000억원이던 반환보증 가입액수는 이듬해 19조원으로 두 배 늘었다. 반환보증 가입 규모는 이후 매년 큰 폭으로 늘어 2022년 55조5000억원에 이르렀고, 그해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벌어지자 더욱 커졌다. 2023년 가입액은 71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해는 다소 줄어든 6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반환보증 제도가 도입된 2013년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물어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은 9조8000억원이다. 이 중 HUG가 집주인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2조5000억원에 그쳐, 미회수율이 74%에 이른다. 구멍난 전세제도의 허점을 세금으로 메운 셈이다.
HUG의 대위변제 내역을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대위변제액의 절반(48%) 정도가 다세대 주택(4조7000억원)에 집중됐다. 다세대 주택 대위변제액은 2024년까지 가입된 다세대 보증보험 전체 액수의 10%에 이른다. 반면 아파트는 가입액 대비 대위변제 금액이 1% 수준이다.

경실련은 정부의 보증 확대가 특히 다세대 주택의 전세가를 밀어 올렸다고 지적했다. 아파트와 달리 가격 산정이 쉽지 않은 빌라에 ‘전세금 반환 100% 보증’을 내주자 전세값이 ‘부르는 게 값’이 됐고, 이 상황이 역전세로 이어지거나 전세사기를 유발해 임차인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2018년 불과 285건이던 HUG의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건수는 2019년 1364건으로 늘었고, 2022년 4296건, 2023년 1만6040건, 2024년 1만8553건으로 폭증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100% 보증’으로 주택가격과 동일한 수준의 전세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이를 이용한 ‘무자본 갭투자’와 제도를 악용한 ‘전세사기’가 성행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실련 주장대로 정부가 HUG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낮추면 당장 임대차 시장에 큰 충격이 될 수 있고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은 전세금 ‘돌려막기’를 전제로 형성돼 있어, 반환보증을 급격히 축소하면 그 충격이 저가 주택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단계적 시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경실련도 이런 충격을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전세 보증금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타격을 입는 임대인들에게 전세금 반환대출을 내주는 등 지원책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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