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냄새 이렇게 잡았다] 악취 저감 목표로 디자인·색감 독특한 양돈장 짓다 | 월간축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7월호 기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봐 왔기에 돼지가 남들보다 친숙했어요. 그런 돼지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죠.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농수산대학교에 다시 들어갔어요.”

양돈 2세로 한농대를 졸업한 그는 2011년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에 들어가 직접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는 모돈 400마리를 포함해 5000여 마리 규모의 일관 사육 농장이었다.
그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되다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악취와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양돈장을 지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존 농장 역시 노후화가 진행돼 신축을 해야 할 상황이 됐다. 결국 2023년 4월 기존 돈사를 다 허물고 2년간 공사 끝에 현재 입식을 앞두고 있다.

심 대표가 오랫동안 공들여 지은 돈사는 모돈 1200마리를 포함해 1만여 마리 규모의 원종돈(GGP)·종돈(GP) 농장이다. <요크셔> 순종을 자체 선발하는 폐쇄돈군 시스템을 접목하고 자체 선발한 <요크셔> 암퇘지에 <랜드레이스> 정액을 사용해 돼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악취와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중앙집중배기에 바이오에어워셔를 이용한 공기 정화 방식을 도입했다. 돈사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한곳으로 포집한 뒤 물과 바이오필터·드롭필터 등을 이용해 정화시키는 방법이다. 물을 이용하면 미세먼지를 비롯한 분진과 암모니아·황화수소 같은 냄새 물질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먼지는 물에 가라앉고 암모니아와 황화수소는 물에 잘 녹기 때문이다.
물을 통과한 공기는 다시 바이오필터를 거치면서 남아 있는 생물학적 냄새를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드롭필터를 통과해 최종적으로는 깨끗하게 정화된 공기만 남는다. 이렇게 정화된 공기도 그냥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40대의 고속팬을 이용해 멀리 날려 보낸다.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내보낸다 해도 서서히 내보낼 경우 띠를 형성하며 주변으로 멀리 퍼질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속팬을 도입해 하늘 높이 날려 보내는 거죠.”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악취 민원은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장 밖에 있는 사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안에서 일하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추가로 도입한 것이 바로 액비순환시스템이죠.”

다만 심 대표는 일반적으로 액비를 계속해서 흘려보내는 상시 순환 방식이 아니라 액비를 하루에 한 번 강한 유속으로 순환시키는 강제 순환 방식을 채택했다. 액비를 상시 순환시킬 경우 유속이 거의 없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이 반복되면 사각지대에 슬러지가 쌓일 수 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만 강한 유속을 줘 액비를 순환시킬 경우 사각지대가 없고 슬러리피트(분뇨저장소) 바닥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 시설 투자비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액비순환시스템 운영도 훨씬 수월해진다. 보통 임신사에서 나오는 분뇨는 농도가 낮은 편이다. 물을 많이 먹고 분보다 뇨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사료 내 단백질 함량이 높고 사육 밀도도 높은 자돈사에서 나오는 분뇨는 농도가 진하다. 따라서 어느 구간의 분뇨가 투입되느냐에 따라 액비순환시스템의 운영 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액비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적절한 조처를 해 줘야 한다.
가령 임신사의 분뇨가 들어올 땐 평상시대로 운영하다 자돈사의 분뇨가 들어올 땐 미생물을 넣어주거나 폭기량을 늘려주고 고액분리를 하는 등 추가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액비를 하루 한 번만 순환시키면 돈사에서 빼내는 분뇨의 양이나 농도가 일정해 누가 운영하든 정해진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이 밖에도 ‘올인 올아웃(All-in All-out)’ 시스템을 접목하고 종돈 판매 후에는 돈사 내부는 물론 슬러리피트까지 깨끗이 치우고 고압분무기를 이용한 수세·소독·건조 과정을 거친다.
“대개 양돈장이라고 하면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을 많이 써요. 그런데 저희는 양돈장계의 에르메스가 되라고 주황색을 메인으로 사용했어요. 게다가 주황색은 번영과 성장의 의미도 있죠. 또 농장의 내구 연수도 60년 정도로 계산해 공사했습니다.”
건물은 철골 구조이며 외벽은 전원주택이나 스타벅스 건물에 많이 사용하는 합성목재(WPC)를 써 겉에서 보면 양돈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 소재인 WPC는 목재와 플라스틱 복합재로 오염이 잘되지 않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유지·관리가 용이하다. 또 수분에 강하고 휘어짐이나 변형이 거의 없으며 크랙·박리 같은 균열이 발생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쉽게 불이 붙지 않아 화재 위험이 적다.

돈사 내부에는 수세와 방역에 유리한 폴리프로필렌(PP)판을 사용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PP판은 충격에 강하고 긁힘이나 찢김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며 화학적 안전성이 높아 부식이나 변형 없이 오랜 사용이 가능하다.
“돈사를 지을 때 색감이나 디자인을 선택한다고 공사 단가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죠. 하지만 전체적인 색감과 디자인 그리고 자재 선택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농장을 보기 좋고 튼튼하게 만들 수 있어요. 또 돈사를 짓기 전 물과 사료, 전기 라인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설계에 반영하고 공사를 시작한다면 공사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죠.”
냄새 저감을 위해서는 시각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양돈장이 혐오 시설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건물 색감이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심 대표는 기존에 양돈장을 많이 건설한 회사 대신 호텔이나 아파트 공사에 주로 참여해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디에스피건설과 함께 공사를 진행했고 덕분에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글 장영내 |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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