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원형, 공책과 메모의 역사 [.txt]

최재봉 기자 2025. 7. 1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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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책으로 꼽히는 수메르의 점토판은 최초의 공책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써넣을 수 있는 빈 서판이라는 점에서다.

책에 등장하는 '최초의 공책'은 기원전 1305년께 튀르키예 남부 울루부룬 해안에 가라앉은 난파선에서 나온 나무와 상아 재질의 접이형 서판이다.

그가 작성한 노트를 모두 모으면 "대략 50권에 달하는 학술서 분량의 책을 썼음이 분명하다"고 다 빈치 전문가 마틴 켐프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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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인간 l 롤런드 앨런 지음, 손성화 옮김, 상상스퀘어, 2만4000원

인류 최초의 책으로 꼽히는 수메르의 점토판은 최초의 공책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써넣을 수 있는 빈 서판이라는 점에서다.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에서부터 파피루스와 양피지, 죽간과 종이책,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책의 역사에 관해서는 많은 저술이 나와 있다. 영국의 작가이자 출판인 롤런드 앨런이 쓴 ‘쓰는 인간’(원제는 The Notebook)은 책에 비해 홀대받아 온 공책의 역사에 주목한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최초의 공책’은 기원전 1305년께 튀르키예 남부 울루부룬 해안에 가라앉은 난파선에서 나온 나무와 상아 재질의 접이형 서판이다. 밀랍을 바른 목판에 첨필로 글자를 쓰고 접을 수 있게 경첩이 달린 이 서판이 고대 로마로 건너가 석장짜리 서판으로 보편화되었다. 폼페이에서 발견된, 근거 없이 사포의 초상화로 알려진 프레스코화 속 여성이 바로 이런 서판을 들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14세기 르네상스 문인인 페트라르카는 낱장에 적은 메모를 종이 노트의 초고로, 마지막으로 고급 양피지에 쓰인 완성본 책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1만3천여쪽의 노트를 남겼는데 이것은 그가 작성한 원본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그가 작성한 노트를 모두 모으면 “대략 50권에 달하는 학술서 분량의 책을 썼음이 분명하다”고 다 빈치 전문가 마틴 켐프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설명한다.

폼페이에서 발견된 프레스코화. 사포의 초상화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이작 뉴턴은 교구 목사였던 의붓아버지가 남긴 설교용 비망록 노트의 여백에 수학 기호들과 도해, 수식 등을 메모했고 이것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의 토대가 되었다. 찰스 다윈은 왕립해군함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 대륙과 갈라파고스 제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를 답사하며 본 모든 것을 15권의 현장 수첩에 남겼다. 폴 발레리는 2만8천쪽에 이르는 노트를 두고 자신의 “진정한 전작(全作)”이라 부를 정도로 애정을 보였으며, 애거사 크리스티는 자신이 쓴 추리소설 66권 중 58권에 대한 메모를 73권의 노트에 남겼다. 손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는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빈 종이에 손으로 직접 메모를 작성하는 행위는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책은 강조한다.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1955년 영국 데번셔의 집에서 노트에 메모를 하고 있다. ⓒ INTERFOTO/Alamy 상상스퀘어 제공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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