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정착 우선” vs “통일 포기 오해”…통일부 명칭 변경 갑론을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과 대화·협력 위해 ‘통일’ 빼자는 주장
“헌법 정신 위배” 반대 의견 만만치 않아
“통일을 포기하는 듯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통일부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발단은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었다. 정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단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5000만 국민의 지상명령이고 지상과제”라며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 발언 이후 이재명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일부 명칭 변경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변경된 명칭 후보로는 한반도평화부, 남북협력부, 평화협력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자칫 상대(북한)한테 흡수하겠다는 것, 굴복을 요구하는 것 등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통일부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며 명칭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우선 통일부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또 제66조 3항에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선서에도 ‘통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통일부는 1969년 박정희정부 때 ‘국토통일원’으로 발족돼 1990년 노태우정부에서 부총리급 기관인 ‘통일원’을 거쳐 1998년 김대중정부에서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한 번도 명칭에서 ‘통일’이 빠진 적이 없다. 정권에 따라 역할 변화는 있었지만, 남북통일이라는 통일부의 존재 이유와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도 지난 1일 한반도평화포럼과 노무현재단이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개최하는 ‘새정부에 전하는 통일외교안보정책 제언’ 발표문에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차원에서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며 “명칭은 유지하되 대북·통일 업무의 대대적 재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명칭이 통일부라서 북한이 대화의 장에 안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헌법에 모순되는 통일부 명칭 변경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우리 스스로 역사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직무대행)은 “통일부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통일이라는 우리의 목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당장 입장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그들과 대화와 협력을 하기 위해선 명칭 변경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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