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극이 어우러진 인생처럼’ 밀란 쿤데라[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소설가 밀란 쿤데라(1929~2023)는 2023년 7월 11일 살고 있던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1929년 체코에서 태어났으나 1975년 망명했고 이후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앞서 1968년 체코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좌절된 후 창작과 출판의 자유를 빼앗겼다. 프랑스에서 1984년 발표한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때 경험이 토대가 됐다.

쿤데라는 18세때부터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한 열혈 청년이었다. 하지만 스탈린 전체주의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1963년 쓴 첫 장편 ‘농담’은 사소한 농담 때문에 강제노동소에 끌려간 지식인의 인생 유전을 담았다.

쿤데라 소설은 정작 조국 체코에서 오랜 기간 금서였다. 1979년엔 국적이 박탈됐다. 그의 작품은 체코 공산주의가 무너진 1989년에서야 해금됐다. 국적을 회복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자신이 거절하다가 2019년 체코 정부의 설득으로 다시 국적을 받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체코보다도 국내에서 먼저 읽을 수 있었다. 국내 번역본이 나온 때는 1988년이었다. 한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 밀리언셀러가 됐다. 쿤데라 전집이 2013년 민음사에서 15권으로 완간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번역 30주년을 맞은 2018년 기념 에디션이 새로 나왔다.
조선일보 지면에는 소설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 소개가 더 먼저 실렸다. 1989년 6월 29일 8면 ‘새 영화’ 코너였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68년 ‘프라하의 봄’이란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삶을 가볍게 여기는’ 한 외과의사의 여성 편력과 그런 가벼움을 거부하고 진실한 사랑을 구가하는 여인 사이의 애정 행로를 그렸다”고 적었다.

쿤데라는 이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애 묘사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이유였다.
쿤데라는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문인들이 꼽는 가장 매력적인 외국 작가였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는 그 이유를 “개인과 전체, 실존과 역사, 서정과 서사와 같은 현실의 2분법이 만들어내는 비극을 그리면서 철학적 유머의 정신을 발휘하는 쿤데라의 소설은 희극과 비극이 뒤엉켜 있는 인간의 운명을 형상화하면서 소설의 형식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기 때문”(1994년 7월 23일 15면)이라고 했다.

쿤데라는 정치든 종교든 전체주의적 폭력에 저항한 작가였다. 그는 에세이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작가 살먼 루시디를 옹호했다. “루시디는 신성을 모독한게 아니다. 그는 이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소설을 썼다.”

쿤데라 별세 소식은 2023년 7월 13일 조선일보 문화면 메인 기사로 실렸다. 사진설명에 눈길이 머문다. “밀란 쿤데라는 생전 출간한 에세이에서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썼다.
방미경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는 “밀란 쿤데라는 목소리를 높여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일수록 희화화하고 코믹하게 그리면서 삶의 우스꽝스러움과 심각함을 탐구하는 일을 동시에 해낸 작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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