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가뭄 재해수준”…고랭지배추 농업용수 확보 ‘비상’

이연경 기자 2025. 7.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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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찾은 해발 1100m 고지대의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이곳에 극심한 가뭄이 덮쳤다.

김시갑 강원도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배추는 정식 직후 뿌리를 내리는 시점에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한데 최근에 비가 안 와서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같은 가뭄은 재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역별 저수율은 속초 23.8%, 삼척 29.6%로 이미 가뭄 심각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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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율 49.5%로 평년 못미쳐
강릉 6월 강수량 평년의 12%
속초·삼척 ‘심각’ 강릉 ‘경계’
고랭지 취수지 저수율 ‘바닥’
급수트럭 한번에 100만원 부담
“고지대 물 확보 방안 마련돼야”
8일 트럭에 물탱크를 싣고 조리개로 배추 모종마다 물을 주고 있는 강원 강릉시 왕산면 고랭지 배추농가의 모습.

8일 낮 찾은 해발 1100m 고지대의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이곳에 극심한 가뭄이 덮쳤다. 한창 물을 뿜어내야 할 스프링클러는 멈췄고 푸릇해야 할 밭은 바싹 말랐다. 메마른 농로에선 흙먼지가 사막인 듯 흩날렸다. 심은 지 5일쯤 지나 한창 자랐을 배추는 가까이 들여다봐야 보일 정도로 작았고, 축 늘어진 채 맥을 못 췄다.

이곳에서는 6월 중순부터 배추 아주심기(정식)가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석이 예년보다 늦어 농가가 출하시기 조절에 나선 데다 이른 무더위로 파종 시기가 5일가량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식 직후 극심한 가뭄까지 닥치며 작황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김시갑 강원도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배추는 정식 직후 뿌리를 내리는 시점에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한데 최근에 비가 안 와서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같은 가뭄은 재해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의 6월 강수량은 18.6㎜로 평년(146.6㎜)의 12% 수준에 그쳤다. 7월엔 단 한차례의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 아직 상순이긴 하지만 7월 평년 강수량이 149.4㎜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비단 강릉만의 일이 아니다. 강원지역 전체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역별 저수율은 속초 23.8%, 삼척 29.6%로 이미 가뭄 심각단계에 접어들었다. 강릉은 34.1%로 경계단계다. 강원 전체 저수율도 49.5%로 평년(68.4%)보다 한참 낮다.

이처럼 가뭄이 계속되자 배추밭에 물 주기 비상이 걸렸다. 밭마다 취수지에 연결된 스프링클러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스프링클러는 물 소비량이 많아 가뭄 때는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같은 폭염에는 수분 증발량이 많아 효과도 크지 않다. 농가들은 대신 트럭에 물을 가득 담은 물탱크를 싣고 와서 호스를 이용해 밭에 연신 물을 주고 있다. 문제는 그나마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안반데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주민 공동 취수지도 바짝 말라 있기 때문이다.

배추농가 조용학씨(68)는 “취수지 물이 거의 말라서 순번을 정해 하루에 한번씩 돌아가며 겨우 물을 쓴다”면서 “급한 대로 트럭에 물을 싣고 와 뿌리기도 하는데, 트럭 한대에 인력 4명, 기름값과 물값까지 합쳐 하루 물 주는 데만 100만원씩 든다”고 했다. 조씨는 “벌써 며칠째 반복되고 있는데, 16일까지 비 예보가 없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배추농가도 “인근의 취수지도 바닥을 드러낼 정도여서 급한 대로 평창이나 가까운 저지대에서 트럭으로 물을 실어와 배추밭에 뿌리고 있다”며 “물 부족문제로 주민끼리 언성이 높아져 멱살잡이 직전까지 간 일도 있다”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김 회장은 “안반데기 같은 고지대 농촌은 수로도 부족하고 자연 수원도 한계가 있어 기상이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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