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안보 패키지' 협상 공식화… 이재명 정부, '한미동맹' 재정의 새 과제로

문재연 2025. 7. 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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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질서 재정의 일환인 미 '관세 정책'
한국, 통상·금융·안보 패키지 협상 추진
한미동맹 재정의 및 분야별 우선순위 정해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3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미국 측에 통상·투자·구매·안보 등 현안을 종합 고려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제안했다"
9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미국에 통상과 안보를 패키지로 협의하자고 제안한 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미국의 통상질서 재건뿐만 아니라 '동맹 현대화' 요구에 맞춰 당장 정책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재정의' 작업이 선행돼야 장기적으로 국익을 얻을 수 있는 통상·안보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동맹으로 관세 장벽 풀어야"

10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한미 관세 및 안보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는 카드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관세와 방위비처럼 각 이슈별로만 보면 한국은 미국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의 양보를 얻기도 힘들다"고 짚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경제·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카드를 많이 내밀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생각보다 유리한 카드가 많지 않다"며 "관세든 안보정책이든 동맹인 한국에 가해지는 압박이 미국에도 손해라는 점을 부각해 장기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동의한 안보 카드는 단순 국방비 증액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까지 맞물려 있어, 더 풀기 어려운 과제로 인식된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향한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이 확고하게 설정돼야 협상 실익을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부담을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자국의 군사력에 드는 비용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 정책차관을 포함해 미국의 국방부 관료들은 한미동맹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기능을 들여다보고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과 전략을 같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단순히 국방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을 어떤 그림으로 그릴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협상에 나서야 '방산협력'도 카드가 될 수 있고, 관세협상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며 "미 국방 관료들은 한국이 대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할 수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포괄적 협상안을 타진하기 위해 '동맹의 최종상태'를 고려한 뒤 한국이 제시할 카드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의 방산과 조선 협력을 기대하는 것도 중국 견제정책에 한국이 일정 수준 동참한다는 전제 위에 협의되길 원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9월 또는 10월 열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서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가안보실 출신의 고위 관료는 "정상회담이 열리면 좋겠지만, 긴 호흡으로 실무협상을 통해 관세 유예를 받은 뒤 정상회담을 준비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무엇보다 정상회담 자체보단 관세 적용 기한을 연장하도록 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도 전날 조기 한미정상회담에 집착하기보단 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은 다자회담인 9월 유엔총회 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나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여론조사 국장은 "미국이 조선 분야에서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인력과 생산력 분야에 있어서의 투자"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상관없이 장기적 측면에서 군사분야에 집중됐던 한미동맹을 산업통상 분야로 확장·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관계를 우선 정의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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