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가 만든 혼성아이돌 ‘올데이프로젝트’ K팝을 흔들다
“혼성그룹은 필패” 장벽깨고 돌풍
카드-타이푼도 여름맞이 컴백
“보이그룹-걸그룹 구도 한계 넘어… 혼성그룹, K팝 한축 가능성 충분”

지난달 23일 데뷔한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 PROJECT)’가 3일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데뷔곡 ‘페이머스(Famous)’는 공개 4일 만에 멜론 ‘톱 100’ 1위에 올랐다. 심지어 5일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도 94위로 진입하더니 한 주 뒤 43위로 무려 51계단을 뛰어올랐다. 이례적이란 표현도 무색한, 충격적인 기록이다. 언젠가부터 “혼성그룹은 필패(必敗)”라던 K팝 시장에서, 이들은 오래 묵은 장벽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었던 걸까.
●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
따지고 보면, 올데이프로젝트는 데뷔 전부터 관심을 끌 만한 요소들이 풍성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빅뱅과 블랙핑크 탄생에 핵심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이 선보이는 첫 혼성그룹이기 때문이다. 테디는 현재 난리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음악 협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멤버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애니를 필두로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조였던 영서, 유명 안무가 베일리, 모델 겸 무용가 타잔, ‘쇼미더머니6’ 최연소 본선 진출자였던 우찬.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던 인물이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었을 터. 데뷔 뒤엔 세련된 음악과 노련한 퍼포먼스가 더 주목받았다. 더블 타이틀곡 ‘페이머스’는 “유명하진 않지만 이미 주목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플라멩코풍 기타 리프와 중독적인 훅에 세련되게 담아냈다. 퍼포먼스도 신인답지 않게 강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이전 혼성그룹과 다른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녀가 각자 입장에서 가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통적인 서사를 탈피했다. 그 대신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를 소화하며 팀 매력을 극대화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남성 멤버가 나올 땐 보이그룹, 여성 멤버들은 걸그룹처럼 보이면서도 한팀으로 어우러진다”며 “남녀가 함께 있지만 각각 멋있게 보이도록 한 역발상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공존해야”
K팝 시장에서 혼성그룹이 돌풍을 일으킨 건 정말 드문 일이다. 1990∼2000년대엔 쿨, 코요태, 거북이, 샵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요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며 팬덤을 단단히 구축할 수 있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주류가 됐다. 심지어 ‘유사 연애’가 팬덤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으며 혼성그룹은 더 불리해졌다.
합숙과 트레이닝이 기본인 K팝 시스템에서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컸다. 그 때문에 2017년 DSP미디어에서 데뷔한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가 라틴팝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게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

다만 한 사례만 두고 ‘혼성그룹 붐’의 도래를 내다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올데이프로젝트는 여러모로 특이한 현상이어서 시장의 확장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 “K팝 시장이 재편되며 기존 보이그룹과 걸그룹 구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혼성그룹이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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