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엄마의 성장 일기

유미·‘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저자 2025. 7. 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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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8시, 엄마들의 영어 원서 낭독 모임을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6명의 멤버가 줌(zoom) 화상 회의에 참여해 돌아가면서 각자 한 페이지를 낭독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 발음이 좋지 않고 낭독 속도도 느려 괜히 내가 모임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1년 동안 매주 2회씩 꾸준히 참여하니 읽는 속도도 늘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요령도 생겼다.

매주 영어 낭독을 한다고 영어 실력이 확 늘지는 않는다. 영어 실력은 진득하게 공부하고 실제로 많이 써 봐야 느는데, 단순히 읽기만 하니 실력이 일취월장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말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책을 드는 이유는 ‘나에게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엄마 역할을 하다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그것도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나중에 이 경험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몰라도,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망이 생긴다. 나와 비슷한 생각 때문인지, 참여하는 멤버 중 절반이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다. 육아 때문에 피곤할 만도 한데 출석률은 이 셋이 월등히 좋다.

구성원이 이렇다 보니 종종 재밌는 일도 생긴다. 자기 차례에 낭독하고 있는데 아기가 엄마를 찾으러 들어와서 울기도 하고, 예기치 않게 일찍 일어난 남편과 아이들 아침을 차려 주느라 급히 나가기도 한다.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아빠들이 이런 모임을 한다면 주말 아침에 아이를 돌보러, 혹은 가족들 아침을 차려 주러 급히 나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매번 모임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영어 낭독 모임이든 뭐든 괜찮다. 각자 사정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도전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바쁜 현재에 핑계를 대고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스스로를 보며 갖는 자신감과 작은 희망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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