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런던 Eye] [1] ‘민주주의 원조’보다 높은 한국 투표율

영국이 총선을 치른 후 1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 최근 영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약 내일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개혁당이 승리해 수백 년 동안 지속돼 온 영국의 양당제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높게 나타난다.
최근 제3당이 급부상하고 전통정당들이 쇠퇴하는 상황은 생애 대부분을 보수당 통치 아래서 살아 온 영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1600년대 후반 설립된 보수당은 전 세계인에게 ‘모든 의회의 어머니’로 알려진 영국 의회에서 오랜 기간 영국을 지배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이 헌정 위기에 빠졌을 때 내가 한국에서 오래 거주했다는 것을 아는 많은 영국인이 질문을 던졌다. “요즘 한국, 왜 이래요?” 그들의 어조에서 한국을 은근히 얕보는 듯한 뉘앙스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황당한 상황은 의회 민주주의의 원조 격인 영국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으스대는 듯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 대선의 투표율 79.4%는 영국에서 사는 나에게 충격적일 만큼 놀라웠다. 12개월 전 치른 영국 총선의 투표율(59.7%)과 비교하면 너무도 대조적인 숫자 아닌가.
사실 최근 몇 년 투표율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영국 정치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밀레니엄 이후로 70%를 넘은 것은 단 한 번뿐이고, 그 후 선거 세 번 투표율은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얘기를 나눠본 영국인은 대부분 정치에 매우 무관심했다. 특히나 젊은이들은 심각한 지경이다. 젊은 유권자층에서 선거에 참여한 영국인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대선 투표율은 최근 4번 연속으로 75%를 넘었다.
한국 국민은 정치적 혼란을 겪었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대선 투표율만큼은 의회 민주주의의가 탄생한 영국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The UK: No Longer a Democratic Beacon to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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