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초단기 근로 계약] (하) 비극 되풀이 않으려면
초단기 근로 계약은 주로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고용 형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로 인해 고용주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고 계약만료를 빙자한 손쉬운 해고를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초단기 계약 금지 등 법적 보완과 함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공감대 확산과 지자체의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경남도 노동자 관리규약 준칙엔
고용 안정 위한 계약기간 명시 無
법적 보완·노동환경 개선 등 절실

◇강제성 있는 제도 마련돼야= 창원컨벤션센터(세코) 고 김호동 경비 노동자는 2021년부터 초단기 계약에 시달려 왔다. 경남관광재단이 세코 운영을 맡게 된 2024년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 적용되면서 1년짜리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강제성 있는 지침은 아니지만 재단이 업체에 지침 이행을 요구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2024년 말 새로 온 용역업체는 해당 보호지침을 무시했다. 업체는 김씨의 고용 승계를 거부했고, 김씨의 반발에 3개월 조건부 근로계약을 제시했다. 김씨는 1월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강제력 있는 법령의 개정 등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시 김씨 유족을 대리했던 김기홍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이번 사건으로 지침 내용 자체가 용역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오히려 초단기 근로 계약과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세코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관련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배기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3개월·6개월 단위의 초단기 계약을 금지하고, 용역을 주더라도 민간까지도 고용이 승계된다는 내용을 입법화시키는 것이 주요한 근절 대책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도급 사업의 수급 사업체가 변경되더라도 노동자의 권리 또는 의무가 승계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지역 안에서 공공의 노력 필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지역의 초단기 계약 근로를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초단기 근로 사업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시행하거나 조례 등을 이용해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선도적인 지자체에서는 대표적인 초단기 계약 근로 당사자인 경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규약준칙을 두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23년부터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관리 주체들이 용역 근로자들과 단기계약이 아닌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맺도록 권장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 준칙을 개정해 경비·미화노동자의 근로 계약을 1년 이상의 기간으로 체결하도록 규정했다. 대전 또한 지난해 같은 내용의 준칙이 개정됐다.
하지만 경남도 준칙에는 노동자 고용 안정을 위한 계약 기간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 창원시의회에서는 지난 1월 김씨의 죽음 이후 김씨와 같은 경비 노동자의 초단기 근로계약을 근절하자는 건의안이 발의됐지만 부결됐다.
당시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김씨의 사건을 겪으면서 특히 초단기 근로 계약에 처한 경비 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게 되며 제도 개선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발의했던 것”이라며 “노동은 국민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입주민 관리비 부담’이라는 논리로 반대가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공공부문부터 초단기 계약 근로를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의 의지가 필요하다.
한상현 경남도의원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공부문 용역근로자들의 고용 승계와 유지 등 근로조건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도에서 초단기노동자의 계약 및 승계 문제를 해소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