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우주를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책과 삶]

서현희 기자 2025. 7.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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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메이커
애덤 스미스 지음 |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 512쪽 | 3만5000원

실크로드를 타고 동양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인쇄술은 필사가 전부였던 도서 시장을 완벽히 뒤집어놓았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확산시키고, 런던 도심부에 인쇄소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손으로 베껴 만들어 비싸고 귀했던 성경이나 그리스어 교재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출판 과정이 쉬워지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적도 늘어났다. ‘허구의 글’이라고 불렸던 ‘소설’도 출판기술의 보급으로 대중화됐다.

당시 인쇄소의 대부분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방 하나에 서너 대의 인쇄기가 있고 기계로 종이에 인쇄하는 사람, 활자에 잉크를 먹이는 사람, 종이를 정리하는 사람이 정신없이 일했다. 인쇄된 종이들은 건조를 위해 빨래처럼 밧줄 위에 걸려 있었다. 근대 인쇄 작업은 지금의 자동화된 공정과 사뭇 다르지만,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묘사를 읽다보면 독한 잉크 냄새가 풍기는 작업실 안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종이 제작, 활자 제작, 인쇄, 제본 등 제반기술이 발전한 이후 출판물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이미 발간된 책을 오려 붙여 ‘콜라주’ 형식의 책을 직접 만드는 마니아들이 탄생했다. 신문, 연감과 같이 인쇄물의 폭발적인 대중화를 끌어낸 출판물이 등장했고, 성별과 나이를 넘어선 독자층을 확보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디지털화된 도서들 사이에서 출판인들이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다.

<북메이커>는 책을 만드는 일에 종사했던 18명의 삶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책’의 500년 역사를 서술한다. 저자는 책의 특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책에 있어 시간의 흐름이 단순히 질적 향상이나 세련화의 과정만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시의 책이 어떤 역사적 가치를 가졌는지, 책을 만들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주안점이다. 덕분에 현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의 책과 삶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된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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