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 오명 ‘의료급여 정률제’ 일단 멈췄다

‘빈곤층 치료비 증가’ 비판에
대통령실 “만나보라” 지시
참여연대 등과 대화에 나서
복지차관 “논의 이어갈 것”
참석자 “입법예고안 철회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에 대해 정부가 입법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의 재검토 요구(경향신문 6월20일자 1면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의료급여 수급자 등은 10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 회의실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의료급여 제도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의료급여 정률제는 가난한 이들이 비용 부담 증가를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며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의원(1차)에서 1000원, 병원(2차)에서 1500원, 상급종합병원(3차)에서 2000원 등 정액의 진료비를 낸다. 정부는 외래 본인부담금을 정산된 의료비에 비례해 내도록 해 과다 의료 이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개편안을 만들었다.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의료급여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외래 본인부담금을 진료비의 4~8%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본인을 “생계·의료·주거 급여 수급자”라고 소개한 정대철 동자동사랑방 사업이사는 “병원비 몇천원 오르는 게 부담이 되느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많이 갈수록 진료비가 오른다면 지금처럼 병원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정률제는 수급자들이 망설이다 치료를 미루게 되고 아픈 걸 견디며 살게 되는 결과를 만들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까다로운 선정 절차와 사회적 오명에도 불구하고 수급자가 되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의료 보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의료 이용이 많은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의료급여 수급자 1인당 의료 이용이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외래 진료비가 1.4배, 외래 이용 일수는 1.3배라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추진하던 입법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중단하겠다”며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액션으로, 우선 중단하고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달 15일까지인 입법예고가 종료된 후 후속 절차인 규제 심사 등의 과정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통령실에서도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시민사회 의견을 다시 한번 들으라고 요구했다.
이 차관은 “복지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보면서 많이 속상했다”며 “정부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이 시민사회단체분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어려운 분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건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급여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이 차관 발언에도 시민단체들은 입법예고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항의의 의미로 간담회장을 떠났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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