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LA 도심 속 방치된 거리

미국 LA 방문시 무조건 피해가야 할 거리이자 LA 관광 주의사항 중 하나로 꼽히는 ‘스키드 로우’를 내 눈으로 목도한 후기는 씁쓸 그 자체였다. 차 안에서 거리를 가로지르는데도 코끝을 찌르는 대마초 냄새, 그 근방에 주저앉아 주사기를 신체 어느 한 곳에 스스로 찔러 넣는 이들과 약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들, 어둑해질수록 하나둘 텐트 밖으로 나와 좀비처럼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 중 백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스키드 로우는 LA 다운타운 도심에서 코너 하나만 돌면 나오는 빈민가 거리다. 50블록 규모 정도 도로 양옆으로 그들이 거주공간으로 활용하는 텐트나 트럭 등이 늘어서 있다. 미국, 그중에서도 LA 하면 떠올리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도심과는 정반대의 풍경이지만, 이 또한 미국의 민낯이다. 스키드 로우가 더욱 기이하게 느껴진 이유는 도심과의 괴리가 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큰 건물들과 한 프레임에 잡힐 만큼 가까운데도 현실은 끝과 끝을 달리며 공존한다.
이곳은 이민자, 마약, 빈곤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미국에선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퍼졌음을 보여준다. 스키드 로우를 검색해보니 몇몇 미국 매체는 이 곳에 생긴 ‘Care Campus’(케어 캠퍼스) 등 공공의 복지 덕분에 스키드 로우가 긍정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높이 평하고 있기도 하다. 이전과 상대적으로 나아졌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스키드 로우를 처음 본 사람의 눈으로는 하나의 센터만으로 구제되기는 한참 멀어 보인다. 이미 슬럼화돼버린 스키드 로우는 방치되고 있고 그 안에서의 전염은 진행형이다.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니지’하는 안도감은 사치다. 높아지는 집값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 마약의 일상화, 복지 사각지대 모두 한국에게도 낯설지 않은 문제다. 한국은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사회인가? 사회의 민낯을, 불편한 주제를 테이블에 올리고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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