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려고 지리산 왔다 ‘구례 쑥부쟁이’ 만나 빵장수 됐죠”
[짬] ‘아마존’서 지리산 나물 파는 이명엽 구례삼촌 대표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구례삼촌’은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 인증경영체다. 이명엽(75) 구례삼촌 대표는 10일 “농산물 생산은 1차산업, 제조가공은 2차산업, 체험관광이 3차산업인데, 셋의 가치를 곱하면 6차산업이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구례삼촌은 쑥부쟁이 농사도 짓고, 쑥부쟁이를 활용한 머핀·쿠키·분말과 비빔밥용 건나물을 생산한다. 이 대표는 지리산 나물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이 대표가 지리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4년 전이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이 대표는 남편의 근무처가 있는 충북 청주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그러다가 지인한테 구례에 예술인 마을을 분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왠지 지리산에 끌렸다. 이 대표는 남편에게 “지리산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며 반대하던 남편을 설득해 구례로 왔다. 그리고 예술인 마을에 집을 짓고 한가로운 일상을 즐겼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쑥부쟁이’를 만났다. 쑥부쟁이는 4월께부터 어린 순을 뜯어 나물로 먹는다. 과거 보릿고개 때, 쑥부쟁이는 서민들의 귀한 반찬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풀이다. 이 대표는 구례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쑥부쟁이를 개발해 지역 특화작물로 육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원에서 한방바이오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구례군청이 주관하는 행사 때 쑥부쟁이 비빔밥 등 행사용 음식을 깔끔하게 차려 주변을 놀라게 할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 이 대표는 “센터 제안으로 쑥부쟁이 쿠키와 머핀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쑥부쟁이 농사에 합류했다. “알레르기와 아토피, 천식에 좋고, 항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믿음을 줬다. 2014년께부터 13명이 비닐하우스 6동에서 쑥부쟁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지만, 나물로만 판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2016년 농업인 2명과 함께 구례농업기술센터 창업지원을 받아 농업법인 구례삼촌을 설립했다. 우리 밀로 만든 쿠키에 쑥부쟁이를 얹은 쿠키와 머핀 등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1988년 남편이 교환교수로 있던 영국으로 가 1년간 살면서 대학에서 빵과 쿠키를 만드는 것을 배웠다.
14년 전 지리산에 끌려 구례로
운명처럼 지역특산 쑥부쟁이 만나
직접 키우고 농업법인도 만들어
영국에서 배운 제빵실력 실려
쑥부쟁이로 쿠키와 머핀 만들고
4년 전엔 ‘건나물 3종’ 아마존 입점
“구례 쑥부쟁이 널리 알리고파”

구례삼촌은 쑥부쟁이와 제빵 기술을 접목해 빵과 쿠키를 공장에서 만들었다. 공장 바로 옆 카페에서 쑥부쟁이 머핀과 쿠키를 판매했다. 이 대표는 “쑥부쟁이 분말을 넣어 반죽하면 우리 밀 빵도 맛이 있다. 그게 노하우”라고 말했다. 그런데 공동 창업자 2명의 사정으로, 2021년부터 이 대표 홀로 경영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여유 있게 지내려고 지리산으로 왔는데, 한 발 한 발 회사 경영까지 발을 들여놓기 시작해 ‘지리산 빵장수’가 됐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악착같이” 사업에 매달렸다. 중학교 때 탁구 전남도대표를 지냈던 그는 건강한 승부욕이 있다. 한편으로 자신을 믿어준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경영학과 교수였던 남편은 컴퓨터 자판을 ‘독수리 타법’으로 두들겨 가며 서류 정리를 맡아줬다. 직원 수 4명에 불과한 구례삼촌은 도약하기 시작했다. 2021년 건나물 3종을 미국 아마존과 뉴욕 김씨(KimC)마트에 입점시켰다. 그는 “입점이 까다로운 아마존에 지리산 건나물을 납품한다는 건 일단 제품 검증은 완벽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해 이 대표는 ‘전남도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선정됐다.

지리산의 다른 나물도 눈에 들어왔다. 구례삼촌은 지난해 홈쇼핑에서 ‘건나물 4종 세트’를 선보였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쑥부쟁이, 시래기, 곤드레, 취나물 등 생나물 4∼9종을 계약재배한 뒤 건조해 비빔밥용으로 내놓은 신제품이었다. 구례삼촌은 근적외선을 이용해 나물을 말렸다. 이 대표는 “적외선은 나물을 안에서부터 말리기 때문에 나물 안 섬유질을 늘려주고, 나물을 부드럽게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불리지 않고 씻을 필요도 없이 쌀 위에 얹어 밥을 하면 끝”일 정도로 간편하다. 건나물로 나물무침이나 된장국도 끓여도 좋다.
구례삼촌은 쿠키 만들기 체험 행사도 운영한다. 지리산 산나물 전국화와 세계화에 도전하는 70대 중반 여성 시이오의 소망은 단순하다. “구례 쑥부쟁이를 널리 알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 판매하고 싶어요. 시골의 아주 작은 회사이지만, 농촌과 농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고요.”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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