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닥터헬기

“밤에는 응급환자가 발생하지 않느냐. 닥터헬기를 밤에 요청하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난 2019년 10월 10일 이국종 당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의 일침이다. 경인일보·인천경영포럼 조찬강연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안전문제로 야간에 닥터헬기를 운항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6년이 흐른 지금 2025년, 국내에는 8대의 닥터헬기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운항 체계는 경기도 닥터헬기가 유일하다.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도 닥터헬기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아주대학교병원과 손잡고 운영 중이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제안하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결단한 ‘합작품’이다. 도입 후 6년간 1천843차례 출동해 1천804명의 생명을 살렸다. 생존율은 97.8%에 달한다.
국내 최초는 인천 닥터헬기다. 지난 2011년 9월 23일 가천대 길병원에 등장했다. 중형급 AW169 기종은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를 비롯한 도서산간지역을 누빈다. 뱃길로 오가는 데 8시간 걸리는 백령도도 왕복 3시간이면 가능하다. 2024년 6월 기준 1천762차례 출동해 1천670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전국 8곳 중 인천 닥터헬기만 전용 계류장이 없다. ‘1호’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14년째 떠돌이 신세다. 문학경기장이나 인천시청 운동장 등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새 계류장은 구의회 반대로 수년째 제자리다. 지난달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관련 공유재산 매각 동의’ 안건은 남동구의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인천시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남동구 월례근린공원 부지에 새 계류장과 격납고를 추진 중이다. 남동구가 부지를 소유하고 있어 구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남동구의회는 인천시의 설명 부족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했다. 월례근린공원 인근 연수구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연수구의회에서는 소음과 주민 동의를 문제 삼고 있다. 계류장 갈등은 지역 정가의 정쟁 수단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하늘 위 응급실’ 닥터헬기는 폭염에 취약하다.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으면 기체를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해야 한다. 기체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즉시 출동이 불가하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두두두두’ 닥터헬기 소리는 소음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 국민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소리다. 성숙한 연대와 공공선을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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