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에세이] 스승님이 얹어주신 시조창 보따리- 김재순(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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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조창 스승인 심당 선생님은 "김 선생, 들어보소, 이것이 우리 것이오!" 하시며 문외한이던 나에게 아침저녁 물동이째 들어붓듯이 "한 곡 듣소, 또 한 곡 들어보소." 하셨다.
"내가 우리 것도 모르고, 지성인이라 자처하며 평생을 살 뻔했소." 하시며 부족한 내 어깨 위에 시조창 보따리를 통째로 둘러매게 하시고 징검다리가 되라 하셨다.
이렇듯 시조창 부르는 일이 '건강에 최고야! 그리고 우리 것이 으뜸이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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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조창 스승인 심당 선생님은 “김 선생, 들어보소, 이것이 우리 것이오!” 하시며 문외한이던 나에게 아침저녁 물동이째 들어붓듯이 “한 곡 듣소, 또 한 곡 들어보소.” 하셨다. “내가 우리 것도 모르고, 지성인이라 자처하며 평생을 살 뻔했소.” 하시며 부족한 내 어깨 위에 시조창 보따리를 통째로 둘러매게 하시고 징검다리가 되라 하셨다.
어느 겨울방학 시조창 자율연수 보조강사를 맡겨 놓고 “빌헬름 텔의 화살같이, 내가 쏜 시조창 화살이 마침내 김 선생 마음에 꽂혔어요.” 하시며 연수생들과 함께 손뼉 치며 기뻐하셨다.
물 없는 논에 모라도 심자는 듯 천둥벌거숭이 같은 내 마음에 시조창의 불씨를 심어놓고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씀으로 나의 가녀린 시조창 나무를 수시로 흔드셨다. 부를수록 다가오는 깊은 평온함, 우아함, 호연지기…. 나는 어느새 매료되었고 눈만 뜨면 불러 젖혔다. 그때마다 “아이고, 또 곡(哭)소리 하네.” 하며 주눅 들게 하던 남편이 나의 시조 이력 25년 만에 가장 껄끄러운 문하생이 되었다. 그동안 초등 교단, 평생교육원 등에서 수백 명의 제자와 문화 교실의 여러 동호인이 시조창 매력에 흠뻑 빠져 있던 동안에도 고고한(?) 척 비회원을 고집하던 남편이 늦깎이로 합류한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2018년 시조 명인에 등극하자 눈만 뜨면 자명종같이 노래하니, 이젠 합동으로 곡(哭) 같은 곡(曲)을 한다. 시골 주택이니 망정이지 도심 아파트였다면 아마 열두 번 넘게 민원이 일어났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음성이 좋아야 되냐고 묻고 또 어떤 이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음치라고 자처하며 손사래 치던 이도 무던하게 노래하다 명인 반열에 오르기도 하고, 기관지가 안 좋아 노래하면 큰일 날 것 같아 하던 어르신도 시조창 덕분에 호흡량이 늘어났고 배에 힘이 생겼다고 기뻐하신다. 이렇듯 시조창 부르는 일이 ‘건강에 최고야! 그리고 우리 것이 으뜸이야!’라고 생각한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가늘고 애절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한 번 시작하면 수십 번 반복하고 싶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시조창과 가곡에 파묻혀 경상도는 물론 서울 전라 제주를 두루 여행하는 가객 부부가 되었다. 이런 나에게 “남편을 동호인으로 만들기도 쉽잖은데 제자로 삼다니 대단해”라고들 말하지만, 정가 사랑 삼십여 년 속에 구절양장 같은 사연을 어찌 다 알까 싶다.
‘녹양이 천만사인들 가는 춘풍 매여 두며~’,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시조창과 가곡을 통해 봄을 찬양하고 태평가를 부른다. 스승님이 얹어주신 시조창 보따리를 둘러매고 화요반, 목요반, 인터넷 강좌 등으로 봄이 언제였던가 싶은데 동쪽 하늘에 샛별이 뜨고…, 종다리가 우네….
김재순(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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