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된 극장? 북디자이너의 세계 책도시 투어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2025. 7. 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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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을 좋아한다면, 정지현의 '책의 계절'에 반할 것이다.

암스테르담 중고 서점 거리, 베를린의 국립도서관, 뮌헨과 함부르크 라이덴의 고서점, 오페라극장을 개조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 도쿄의 북 페스티벌. 책이 주인공으로 빛나는 곳에 정지현의 발길이 멈추었고, 눈길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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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계절- 정지현 지음/버터북스/2만800원

- 부산 출신 저자 책 사랑 이야기
- 7개국 13개 도시 사람과 공간
- 책 축제까지 글·사진으로 기록

책과 여행을 좋아한다면, 정지현의 ‘책의 계절’에 반할 것이다. 책장을 펼치면 한 할아버지가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진부터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우데만하우스포르트 중고 서점 거리’ 소개 글과 함께하는 사진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 탱고 공연을 위한 대극장의 원형을 살려 서점으로 운영 중이다. 버터북스 제공


“쭉 뻗은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구경에 열심이던 나의 발길을 사로잡은 이는 손님이 오건 말건 개의치 않고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책방 사장님이었다. 책 읽는 책방 주인이 뭐 그리 새삼스러울까 싶지만, 보고 또 보아도 멋지다.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생각했다. ‘나도 책 읽고 싶다!’ 역시 눈앞에서 책을 읽는 사람만큼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것은 없나 보다. 어떤 책을 읽는지 표지를 확인하려고 나도 모르게 얼쩡거리게 되니 말이다.” 사진으로 보는데도 책을 읽고 싶다. 저자의 마음은 더 했을 것이다. 책방 사장님이 읽는 책의 표지가 보이는 사진도 멋지게 찍었다.

정지현 저자는 400여 권 단행본을 디자인한 북 디자이너이다. 2013년부터 세계 곳곳 서점과 도서관, 북 페스티벌을 방문하며 책이 있어 아름다운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왔다. 그중 7개국 13개 도시의 기록을 모은 것이 ‘책의 계절’이다.

암스테르담 중고 서점 거리, 베를린의 국립도서관, 뮌헨과 함부르크 라이덴의 고서점, 오페라극장을 개조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 도쿄의 북 페스티벌…. 책이 주인공으로 빛나는 곳에 정지현의 발길이 멈추었고, 눈길이 머물렀다. 그곳에서 작은 서점을 경영하는 서점인, 더 나은 독서 경험을 위해 고민하는 사서와 작가들을 만나 책과 사람, 공간의 긴밀한 관계를 탐색했다.

책을 차근차근 읽어보려 했는데 저자의 마음을 빼앗은 서점들이 궁금해 사진부터 쫓았다. 그러다가 “이게 서점이라고? 도서관이나 박물관 아냐?” 싶은 서점 사진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원래는 1919년에 탱고 쇼를 위해 지은 1050석 규모 대극장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물은 철거 위기에 놓였다. 그때 서점 ‘엘 아테네오’를 40곳 이상 보유한 아르헨티나의 출판 그룹 ‘일사’에서 극장을 임대하겠다고 나섰다. 극장 원형을 보존하고 일부만 개조해 2000년부터 서점으로 운영 중이다. 이제는 지역민에게 역사를 간직한 자랑스러운 서점이 됐다.

저자는 이 서점에 들어서던 순간을 이렇게 썼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휘황찬란한 대공연장이었다. 눈부신 조명과 화려한 발코니석도 익숙한 공연장의 풍경 그대로이다. 그런데 관객석이 있어야 할 구역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책과 책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 사람들이다. 당장 오페라 공연을 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어쩌면 공연도 하고 책도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인가?” 얼마나 멋진 공간이면 201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했을까.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책 서문 한 대목이다. “책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5학년 때부터 혼자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부산에는 도서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 걸리는 초읍동의 시립도서관에 가야 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용돈 500원을 들고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왕복 차비 200원, 도서관 매점의 샌드위치 300원. 어쩌다 여유가 있어 700원을 가져가는 날은 율무차를 한 잔 뽑아 마시며 제법 어른스러운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 정지현의 책 사랑은 부산시립 시민도서관(초읍동)에서 싹을 틔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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