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박정훈 대령의 복귀

구혜영 기자 2025. 7. 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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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나.” 2023년 7월31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폭우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한 말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은 이 ‘격노’로 180도 바뀌었다. 수사 축소, 경찰 이첩 자료 무단 회수, 구명로비 의혹까지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호하려는 권력의 무리수가 이어졌다. 이 사건을 파헤치던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수사권을 뺏은 것도 ‘격노’ 직후였다. 경찰 이첩 서류를 회수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박 대령을 국방부 검찰단이 ‘집단항명 수괴’로 기소했고, 권력 실세들도 “채 상병 사건은 박정훈의 항명이 본질”이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윤석열은 짐작이나 했을까. 박 대령 기소는 정권 몰락을 당기는 또 하나의 방아쇠였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은 윤석열의 수사 외압을 밝혀줄 실체적 단서가 됐다. 그로부터 비롯된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취소 사건은 국민의힘의 2024년 총선 참패 직격탄이 됐다. 이미 총선 전에 윤석열은 안가에서 ‘비상대권 계엄’ 운운했다는 것 아닌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방해와 은폐가 12·3 내란과 윤석열 정권 붕괴의 불씨가 됐다.

올해 1월, 항명죄·상관명예훼손죄 누명을 썼던 박 대령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불법 명령’을 거부한 이유로 쓴 항명죄 누명은 벗었지만, 박 대령의 지난 2년은 처참했다. 인사 조치를 빙자한 정권의 괴롭힘에 더해 범죄자로 몰려 군인 자존심이 짓밟힌 세월이었다. 박 대령은 그 모진 세월을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채 상병 빈소에서 한 약속으로 버텨왔다고 한다. 권력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그 용기는 윤석열의 ‘체포 방해’ 지시를 경호원들이 거부한 한남동 관저에서도 이어졌다.

채 상병 특검이 지난 9일 박 대령의 무죄를 확정했다. 특검의 항소 취하는 곧 재구속된 윤석열의 수사 외압을 유죄로 겨누고 있다는 뜻이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돌아왔다. 그 복귀가 권력 횡포에 맞선 모든 ‘제복 입은 시민’의 명예 회복이 이뤄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채 상병 특검이 지난 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박 대령 모습. 연합뉴스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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