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축사 소들 먹지도 못해 탈진…조선소는 냉방버스가 쉼터(종합)
# 사육가축·농작물도 죽을 맛
- 경남 올여름 3만6722마리 폐사
- 젖소 식욕 저하로 우유 생산 ‘뚝’
- 쿨링패드 돌리며 영양제도 투여
- 고추·참깨 등 밭작물은 타들어가
# 땡볕 노출된 조선소 노동자들
- 철판 뜨거운데 작업복도 두터워
- 온열질환 막으려 생수 수시지급
- 냉방차를 임시휴게소로 활용도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가축 폐사가 잇따르고, 가뭄 장기화로 고추 등 밭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다. 국내 양대 조선소 근로자들도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와 악전고투하고 있다.

▮최악 폭염에 소 돼지 닭도 위기
“얼마나 더운지 소들이 사료도 잘 안 먹네요. 폐사할까 봐 걱정이 돼 죽겠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도는 등 살인적인 폭염이 휘감은 10일 경남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에서 100여 마리 젖소를 키우는 김미오(43) 씨는 축사를 들여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붕 위에 차양막을 설치하고 사방팔방으로 안개 분무기를 가동한다. 대형 선풍기 5대와 소형 선풍기 40대를 돌리고 있지만 젖소 대부분이 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 김 씨는 “기력회복을 위해 비타민 영양제 등을 섞어 먹이는데 무더위로 식욕이 떨어져 사료 섭취량이 20∼30% 줄고, 우유생산량은 마리당 3~5ℓ 줄었다”고 걱정했다.
같은 날 진주시 대곡면 월암리의 박용한(65) 씨의 양돈장. 새끼 돼지(자돈) 200여 마리가 옹기종기 모인 패널형 인큐베이터 시설에 들어서니 에어컨에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특보에 집단 폐사가 걱정된다는 박 씨는 “벌써 어미돼지 4마리가 죽었다. 밤낮으로 돈사 내부 온도를 체크하러 들락날락거리면서 잠도 제대로 못잔다. 전기용량 부족으로 에어컨과 쿨링패드가 작동을 못해 축사 내부 온도가 33도 이상 올라갈 때는 아찔하다”고 하소연했다.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주시 지수면에서 산란계 30만여 마리를 키우는 문영돈(68) 씨는 “쿨링패드를 설치했는 데도 닭은 털이 많고 땀샘이 없어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특성상 계사 내 팬(대형 선풍기)이 10분만 안 돌아가면 한꺼번에 죽을 수 있다”며 “적정온도인 20~25도를 맞추기 위해 늘 팬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기준 경남 도내에서 닭 돼지 오리 등 가축 3만6722마리가 폐사했다.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작물도 타들어 가고 있다.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정계윤(63) 씨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과실이 햇볕에 타는 일소 피해를 보고 있고 고추와 참깨, 고구마 등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조선소 현장은 폭염과 사투

국내 양대 조선소 현장도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폭염 속에 두터운 작업복을 입고 철판을 다뤄야 하는 작업장은 숨 막히는 찜통더위에 지친 상태다. 10일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내 해양플랜트 건조 작업장. 폭염에 지친 작업자들이 ‘혹서기 임시휴게실’이라는 안내문을 단 ‘이동식 냉방버스’에 올라 지친 몸을 추스렸다. 이 작업장은 물량 증가로 작업 인원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냉방휴게실이 절실하다. 이에 회사 측은 폭염에 더 노출되는 현장을 찾아가는 ‘이동식 냉방버스’를 올해 처음 투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찾아가는 얼음생수’도 올해 도입했다. 실외 작업이 빈번해 무더위에 노출된 안벽 현장 등을 직접 찾아가 얼음생수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현장 곳곳에는 차광막 파라솔 등을 설치해 그늘막을 제공하고 제빙기와 정수기를 150m 간격으로 운영한다. 한화오션 홍보팀 김유석 책임은 “폭염에 지친 근로자를 먼저 찾아가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등 모든 방법을 활용해 직원 보호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제 삼성중공업은 폭염대비 TF팀을 가동했다. 폭염안전 5대 기본원칙인 ‘물·바람 그늘 휴식 보냉장구 응급조치’를 준수하도록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작업현장에 제빙기와 이동식 에어컨인 스폿쿨러를 설치하고, 작업장 지열을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수시로 운영 중이다. 또 주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쿨링포그와 현장 곳곳에 그늘막을 설치해 온열 질환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점심시간도 28.5도 이상이면 30분 연장, 32.5도 이상이면 1시간을 연장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