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 10주년을 맞으면서

이철민 2025. 7. 10. 18:5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는 말이 있다. 과거 농업이 국가산업의 중심이던 시절에 농업과 농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시간이 흘러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가속화되어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대에도, 농자천하지대본야와 같이 모든 산업의 뿌리이자 근본 역할을 하는 분야가 있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상기해야 하겠다. 법률에서는 이를 '도시형소공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러 가지 형식적 기준들은 차치하고 이들은 숙련된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가지고 K-손기술로 산업화 시대에 대한민국의 제조산업을 일궈낸 사람들이다. 6.25 전쟁 후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현장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정부는 우선 굶어죽는 국민이 나오지 않도록 농업생산량 증대에 초점을 맞춰 농업분야를 육성했고, 경제 재건을 위해 1960년대에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섬유, 식품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을 육성했다. 1970년대에는 철강, 조선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였고, 1980년대로 넘어가면서 기계, 가전 등 기술집약적 산업을 육성하였다. 1990년대에는 반도체 기술 중심의 지식기반 산업으로 정책은 확장되었고, 2000년대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로봇, AI, 그린에너지로 정책의 초점은 향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에서 우주선까지 화려한 기술의 추진을 가능하도록 뒷받침한 것이 바로 제조산업에 종사하는 K-소공인들의 뿌리기술이다. 뿌리기술은 우주선, 로봇, 자동차, 조선, 반도체까지 신산업의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필수적이고 근본이 되는 제조기반 기술이다. 정부는 이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4년 5월 28일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이 법은 1년 뒤 2015년 5월 29일부터 시행되었다.

법이 만들어졌으니 뭔가 달라지려나 했지만, 소공인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밀려났고, 소상공인 분야에서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아 소공인의 제조산업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에 놓여있다. 통계청 기준 2023년 자영업자는 약 568만 명이고, 2024년에 발표한 경기도 소공인 실태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종사자를 포함한 전국 소공인은 약 184만 명이다. 또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통시장은 총1천393개이고, (소상인 분야의 상권과 같은)소공인 분야의 집적지는 1천487개이다.

공단의 2025년 소상공인 예산은 약 11조 원이며 이 중에서 소공인 예산은 약1천200억 원(1.1%)이니 예산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국가의 중요한 기초 기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정책은 늘 후순위로 밀리면서 뿌리기술을 가진 장인, 명장들은 이미 고령화되었고, 전문가들은 10년 내 이들이 가진 핵심 기술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내몰려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이 10년을 지나고 있다. 이 법은 그동안 어떠한 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성장이 있었을까? 그간 특별법의 자체 개정은 4회이다. 타 경제 법안에 비해 성장의 속도가 느리고,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반영하기에 역부족임을 짐작하게 되는 부분이다.

위와 같은 정책의 사각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시행으로 2024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사)전국도시형소공인연합회가 설립허가를 받았고, 그동안 15개 광역지회와 61개 기초지부가 조직화 되었으며, 약184만 소공인들이 제도적 지원을 받게 된 것"은 김영흥 회장이 말하는 양적 성과다. 아울러 이 단체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시 이 법을 공동발의 했던 88명의 전·현직 국회의원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

지나온 과정은 지난했고 현실엔 여전히 정책적 불균형도 있다. 미래 또한 우려되는 것들이 있지만 시대적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만들어진 법은 조용히 국가 경제의 한 분야를 이렇게 성장시켰다. 소공인들은 이 법이 현대적 개념을 담아 개정되어야 하며 더 늦어선 안 된다고 정부에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우주선은 계속 쏘아 올려져야 하고, AI와 로봇은 더 정교하게 발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도가 현실을 부지런히 쫓아가야 하는 이유다. 세상은 이렇게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는데 법이 따라가지 못하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K-소공인의 뿌리기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몫일 것이다. 경제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철민 행정학박사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