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기억하시나요?"…포항 송도해수욕장, 18년 만에 재개장
송도 복원, 교통·문화 인프라 확장 프로젝트의 일환

포항제철소의 태동과 함께 번영과 쇠퇴를 함께한 포항 송도해수욕장이 18년 만에 문을 다시 연다. 길이 1.3㎞, 폭 50m의 백사장을 자랑하는 송도해수욕장은 오는 12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과거 영광의 기억, '금빛 은빛' 모래의 매력
송도해수욕장을 기억하는 시민들과 피서객들은 백사장 특유의 '금빛 은빛' 모래를 잊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햇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매력적인 모래와 맑은 청정 수질, 인접 상권의 다양한 관광 요소들이 어우러져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는 평가다.
송도 모래는 주민들에게도 사랑받았다. 햇살 가득한 날에 빨래를 모래 위에 널어두면 금방 마를 정도였으며, 낮에는 모래 속에서 누런 큰 조개와 동그란 고둥을, 밤에는 횃불을 들고 꽃게를 잡아와 반찬거리로 활용했다고 주민들은 회상했다.

△304억원 규모 연안정비사업으로 복구
모래 유실 이후 포항시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송도해수욕장 연안정비사업을 통해 304억원 규모의 잠제(수중방파제) 3기와 양빈 15만㎡를 조성하며 복구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는 과거 영광을 현재에 복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역 가치 창출을 위한 오랜 토대
고(故) 황대봉 대아그룹 명예회장은 당시 포항제철소 건립 이후 백사장 유실과 일대 상권 침체가 나타난 송도해수욕장을 두고 깊은 안타까움을 품었던 인물이다. 박명재 전 국회의원(포항남·울릉)은 "(포항제철소 건립으로 인해) 한쪽인 송도해수욕장이 그늘진 만큼 그곳을 살려야 한다"는 황 명예회장의 뜻을 회상했다.
도시 개발이 자연을 집어삼키던 2000년대 초. 관광보다 토목이 앞섰고, 복원보다 철거가 손쉬운 대안으로 떠오르던 시대였다.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모두가 등을 돌릴 때 '복원'을 외친 이가 있었다. 고 황 명예회장은 지역 경제인으로서, 한때 송도와 죽도동을 누볐던 청년이자 바다를 삶의 무대로 삼았던 지역의 아들이었다.
그가 2003년 9월, 경북일보에 실은 한 편의 기고문(긴급제안)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 2025년 7월 12일 '송도해수욕장 재개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복원이 아니라, 선견지명이 이끈 지역 명소의 복권이었다.
특히 오늘날 해안 침식을 막고 백사장을 되살리는 핵심이 된 '잠제(수중보)' 설치도 황 명예회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그는 하와이 사례를 들어 해안 침식의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며 정책적 근거와 설계도면까지 함께 제시했다. 감정적 호소가 아닌 실천적 제안이었다.
강변도로 계획이 교통 분산이라는 명분으로 백사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했고, 상인 이주와 피해 보상, 포스코와의 사회적 갈등까지 함께 언급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경고했고, 설득했고, 기획했다. 도시와 자연, 산업과 관광, 행정과 시민 사이에서 조율자의 길을 걸었다.
박 전 의원 역시 예산 확보와 법안 지원에 힘을 보태며 송도해수욕장의 '수호자' 역할을 함께 했다. 당시 누구도 말하지 않던 미래를 바라본 한 인물의 기고는 그렇게 20년 뒤 '백사장의 귀환'이라는 시대적 응답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포항시 실무진과 현장 인력은 304억 원의 복원사업을 통해 수중 방파제 3기와 15만㎡의 모래 양빈, 편의시설 확충 등 실질적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종합적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
송도해수욕장 재개장은 단일 사안이 아니다. 올해 말 예정된 국지도 20호선 동빈대교 개통과 지난 9일 개관한 첨단해양R&D센터, 지역 숙원 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까지 송도해수욕장 인프라를 지원하고 살리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환이 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재개장은 그동안 침체돼 있던 송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오는 11월 동빈대교가 개통되면 송도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관광 활성화에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주목된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와 지역의 미래
재개장을 기점으로 부흥이 기대되지만 산적한 과제도 남아있다. 송도해수욕장 바로 인접한 지역인 송도동 9통의 경우 전체 70여 명이 거주 중인데, 과거 1960년대 중반 200여 명에서 65%가 줄어든 셈이다. 남은 주민들도 소수만 50대이고 대부분 90대에 이르는 고령층이다.
송도동 내 노인정이 8곳 있지만, 9통에는 단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이 모일 적절한 복지 장소가 마련되지 않았다. 현대식 상가와 재래식 빈 집이 혼재된 방식을 띠고 있는데, 현대화 작업 또는 과거 양식 보전 작업이 적절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도해수욕장 일대 인구를 유도하기 위해선 일자리 마련과 생활 여건 개선도 요구되는 실정이며, 빈 집 일부에선 깨진 창문과 쓰레기도 자리잡아 관계당국의 면밀한 관리도 필요한 상태다. 재개장 이후 피서객을 지원할 주차장도 추가 보강이 시급하다.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지난 1931년 4월 1일 포항면이 포항읍으로 승격해 영일군이 1읍 17면이 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개장한 바 있다. 이후 1949년 8월 14일 포항읍이 포항부로 승격됐고 다음날 8월 15일 지방자치법 법률 제32호에 의거해 포항시로 개칭됐다. 그만큼 포항시 역사에 시사하는 상징성이 큰 셈이다.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1970년대 피서철에 매년 전국에서 최대 15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다가 수질오염 등 이유로 2006년 4000여 명 피서객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2007년 폐장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