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황 칼럼] 우려되는 힘의 정치

정진황 2025. 7. 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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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불가의 비상계엄 선포배경에 대한 억측은 여전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 압박이 대표적이나 호사가 입맛에 맞을지언정 '반국가세력에 의한 국정 마비'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입장은 바뀔 리 없다.

국정 마비를 계엄 요건인 국가 비상사태로 연결시켜 정당성을 붙잡고 있는 그의 논리로 보건대 그렇다.

집권 초장에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민주당의 '정치검찰 기소조작' TF 또한 완력 행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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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노골적인 집권세력 일방주의
힘의 통제 없으면 역풍은 필연적
민주주의 위기, 계엄만 있는 게 아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TF 발대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불가의 비상계엄 선포배경에 대한 억측은 여전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 압박이 대표적이나 호사가 입맛에 맞을지언정 ‘반국가세력에 의한 국정 마비’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입장은 바뀔 리 없다. 국정 마비를 계엄 요건인 국가 비상사태로 연결시켜 정당성을 붙잡고 있는 그의 논리로 보건대 그렇다.

주지하다시피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 논리를 대부분 배척했다. 민주당의 수십 차례 탄핵이나 예산안 단독처리 등 그가 주장하는 국정마비상태는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당에 대한 경고니, 국민 호소니, 2시간짜리 계엄이니 하며 죄의 무게를 덜어내려 하지만 자칫하면 벌어졌을 철권통치와 이 나라의 전면적 퇴행을 상상하면 어질하다. 무슨 이유를 대든 법을 빙자한 ‘힘의 통치’를 추구한 게 본질이고 근본적 잘못이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과 조기 대선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을 넘어섰다.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주의 위기는 해소됐는가 묻게 된다. 집권세력의 행정과 입법권력 장악과 빈사 상태의 야당으로 견제와 균형은 와해돼 있다. 정치의 복원은 이 대통령의 통합과 소통, 정치보복은 없다는 말의 향연과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정치는 내란 척결을 명분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주의가 차고 넘친다. 미미하나마 입법 속도를 통제하고, 조정의 관문 역할을 할 법사위마저 민주당은 야당에 주길 거부했다. 여당이 마음먹기에 따라 원하는 법을 일사천리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집권세력이 계엄 저지의 대의와 성과를 다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계엄의밤'에 주저 없이 위헌·위법을 설파한 당시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의 스피커 역할을 낮게 봐야 할 이유는 없다. 여당 대표로서 갖는 말의 무게에 비춰 국민에게 주는 불법 인식, 국회의 군경에 끼친 억지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마저 방조했다면 윤 전 대통령 폭주에 비춰 국회의 계엄해제 결정이 무시되고 종국에는 유혈사태를 불러왔을 공산도 있다. 그러니 계엄 저지의 미미한 지분이나마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끊겠다는 특별법을 발의한 건 독선이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내란당 낙인을 찍고 해체를 노리는 격이니 정치를 논할 이유도 없다.

집권 초장에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민주당의 '정치검찰 기소조작' TF 또한 완력 행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대북송금사건 등 증거능력을 따져보지도 않은 돌출 증언을 근거로 공소취소나 검찰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건 집권세력의 부적절한 압력이다. 민주당은 독립기구도 제안했는데 사실상 이 대통령의 무죄를 밝히고자 하는 기구에 공정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실용 노선 표방과 집권 초기 허니문 효과로 대통령 지지율이 상향하니 힘의 정치에 대한 유혹이 커진 탓이다. 하나같이 각종 비위 의혹과 흠결로 점철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 인사에 대해서도 “한 사람의 낙마도 없다”는 민주당에는 여론을 살피는 눈치조차 찾아볼 수 없다. 방송법 등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 뜻을 살피면서 단독 처리 시기만 재는 형국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힘을 통제하지 못하면 역풍은 필연이다.

헌재의 파면결정문은 힘의 정치에 대한 경고문이기도 하다. 대립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했다. 소수의견의 존중,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이다. 이 모든 게 실종된 정치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다. 계엄만 그런 게 아니다. 집권세력은 파면결정문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정진황 논설위원실장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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