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대행, 언론재단과 코바코로 쪼개는 게 최선일까
[기자수첩]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우리나라 정부광고는 연간 1조 원 규모로, 국내 유일 정부 광고대행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다.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과 언론사를 연결해 주고 대행 수수료로 10%를 가져간 뒤 해당 수수료로 언론진흥을 위한 각종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광고 수수료만 연간 1150억 원 규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문사에 가는 정부 광고를 문체부 산하 언론재단이 대행하고, 방송사로 가는 정부 광고는 방통위 산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대행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는 '정부광고 독점 대행 제도 개선'을 공약했고, 국정기획위가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언론재단의 '독점'이 부당한 것인지부터 따져보자. 헌법재판소는 2023년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독점 대행하도록 한 정부광고법 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의 대국민 정책 소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무를 전담해 수행할 기관을 두지 않을 경우, 광고 유치 경쟁이 벌어져 정부 광고 거래 질서가 지금보다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언론재단은 민간 광고대행사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수수료는 언론진흥과 방송·광고 진흥을 위한 지원 등 공익 목적에 전액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언론재단에 업무를 위탁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복잡한 문제가 있다. 코바코는 MBC와 KBS를 대신해 수십 년 광고 판매 영업을 해온 공영미디어렙이다. 지금은 정부부처가 MBC에 광고를 하면 정부부처 이익은 언론재단이, MBC 이익은 코바코가 대변한다. 그런데 코바코가 정부 방송광고 대행에 나서게 되면 코바코가 광고주와 언론사 이익을 동시에 대변해야 하는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 광고주로부터 얻은 정보를 KBS나 MBC를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 다른 방송사들이 가만있을까. 아마 정부 방송광고 집행이 불공정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은 '방송 광고 활성화'를 위해 정부 광고 독점 대행 제도를 개선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광고 집행 주체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코바코로 권한이 넘어간다고 정부 방송광고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부 방송광고 대행을 코바코가 가져갈 경우 기존에 이어져 오던 각종 유의미한 언론진흥 사업들이 예산 부족으로 좌초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비효율성 문제도 있다. 어느 정부광고주가 동시에 채널A와 동아일보에 광고를 하려고 할 경우 채널A 광고는 코바코에, 동아일보 광고는 언론재단에 맡겨야 하는 셈이어서 업무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광고 독점 대행 제도를 비판하는 갈래는 크게 △수수료를 언론진흥 등 공적 목적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다 △정부 광고가 특정 언론에 편중된다 △진흥사업이 인쇄매체 중심이고 방송매체는 소외된다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정부 광고 중 방송 광고 부문 수수료 수익의 지역·중소방송사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독점 대행 제도 개선 목적이 수수료 재원을 지역·중소방송에 많이 투입하는 것이라면 언론재단에게 관련 예산을 편성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최근 극우 보수성향 단체 지원이나 특정 신문 광고 편중 논란 등 언론재단의 여러 행보를 보면 정부광고 대행을 계속 맡겨야 하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수십년 넘게 해오던 업무를 반으로 쪼개는 식으로 풀 수 없는 영역이다. 새 정부에서는 언론재단에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며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세부적으로 시민에게 공개토록 하고, 국회·언론재단과 신문·방송사 모두의 진흥을 위한 수수료 집행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광고 수수료 증가율에 비례하는 언론진흥기금 출연금 확대방안을 찾아야 하고, 언론재단의 조직 운영 및 예산 편성의 적절성을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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