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문화를 키운다] 컴퓨터 코딩 음악, AI 애니 … '제2 백남준' 탄생 돕는 기업
태진, 플랫폼엘 아트센터 통해
9년째 장르융합 혁신예술 발굴
7~8월 AI 퍼포먼스 전시 개최
파라다이스 '아트랩' 올 6번째
아티스트에 기술 제작비 지원
관객 접점 넓혀 지역축제 거듭

액자에 걸린 그림, 공연장 무대만이 예술은 아니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컴퓨터 타자기를 두드려 즉석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짜고 소리로 발현시키는 전자음악,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아 온도·습도·밝기 등 주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객과 기술 사이에 독특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등 기술과 융합해 상상력을 뛰어넘는 작품이 예술계 화두다.
새로운 만큼 낯설지만, 일찌감치 일부 기업문화재단은 창작자 지원에 발벗고 나서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근대의 예술과 과학 기술은 흔히 감성과 이성, 심미와 실용 등 닿을 수 없는 듯 다른 성질로 여겨졌지만, AI 혁명이 한창인 지금에 와선 불가분의 관계다. 창작자의 상상력을 구현하고 장르의 틀을 깨는 데 기술은 중요한 수단이 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기술은 예술과 만나 고차원의 경지에 다다른다.
이 분야에서 9년째 창작자를 지원하는 태진문화재단은 서울 논현동의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전시·공연·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보유한 회사 크리에이션엘이 설립·후원하는 곳이다.특히 장르를 허문 다원적 예술을 발굴하는 '플랫폼엘 라이브 아츠 프로그램'(PLAP·플랩)을 운영 중이다. 매년 공모를 통해 새로운 발상품을 선보일 창작자(개인 또는 단체)를 선정해 전시 공간, 제반 시설, 홍보, 기록·인쇄 등을 지원한다. 우수작으로 선정되면 후속작에 대한 제작비 1000만원과 전시 공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는 총 6팀이 선정돼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컨템포러리 서커스(코드세시), 키네틱 미디어 아트(JSJS) 등 다양한 융합 장르 사이에 컴퓨터 코딩을 활용한 음악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전자음악가 박다희는 '라이브 코딩'을 통해 사운드를 생성하는 공연을 다음달 22·23일 플랫폼엘 지하 홀에서 선보인다. 관객은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밍 언어가 작성·수정·실행되고 때론 오류에 빠지며 음악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는 기술적 도구를 넘어 악기이자 창작의 원천이다. 박다희는 "이전에 이 공연장에서 진행된 많은 다원예술,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사운드 작업을 많이 봐왔다"며 "큰 스크린을 갖췄고 음향 환경도 좋아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 팀 아드키(김명득·조아현)는 갤러리 공간에서 선보일 작품 '넷 넷 넷: 얽힘'에서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전송,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관객이 만들어내는 실시간 소리, 움직임이 AI 기반의 다양한 센서를 통해 모이고, 알고리즘을 통해 다른 음성·이미지로 재생산된다. 아드키는 "감시받는 객체이자 데이터를 생성하는 주체로서 이중적 위치에 놓인 역설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아예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미래 예술 플랫폼을 지향한다. 리조트·카지노 사업을 하는 파라다이스시티를 모회사로 둔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2018년 시작한 창·제작 지원 사업이다. 선정된 참여 작가는 작품 제작비 최대 5000만원과 별도의 기술 지원, 홍보 혜택 등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100여 명의 예술가가 총 46개 작품으로 지원받았고, 12만6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지원작을 '아트랩 페스티벌'이라는 축제 형태로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점이 독특하다. 2019년 시작한 이래 올해 6회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는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시티를 거점으로 열다가, 지난해부터 파라다이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장충동 일대로 옮겨 지역 공동체와의 협업, 관객 접점을 넓혔다. 워크숍, 토크쇼는 물론 거리 공연과 음식까지 어우러진다. 오는 9월 19~29일 장충 일대에서 열릴 '2025 아트랩 페스티벌'에선 선정 작품 5건과 외부 기관 협력 작품 5건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주목받은 작품 중엔 프로그래머 김나희 등이 소속된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의 짧은 영화 '롤라 온 다 로드'가 있다. 과학소설을 연상시키는 '자가발전 신인류' 롤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으로, 3D 모델링 아티스트와 협력해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AI를 활용해 애니메이션 작업을 자동화한 결과물이다. 길거리 건물 외벽에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 형식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 밖에도 아트랩 페스티벌은 효모 세포의 소리를 추출해 음악으로 만드는 바이오 아티스트 사이언스(Psients), 상호작용하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작가 도로시엠윤 등을 지원한 바 있다.
공동기획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일경제신문사
[정주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오늘의 운세 2025년 7월 11일 金(음력 6월 17일) - 매일경제
- 법학교수 34명, 李대통령에 ‘조국 사면’ 탄원…이유 들어보니 - 매일경제
- “제헌절, 공휴일 지정될까”…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안 쉰다는데 - 매일경제
- [단독] “회장님이 직접 ‘먹방’ 나선다”…강호동 ‘허영만 식객’ 깜짝 출연 왜? - 매일경제
- “솔직히 그거 신으면 넘 더웠잖아”…폭염에 ‘결국’ 패피들 갈아탄 신발은 - 매일경제
- “혹시 나는 땅 없나”…우리나라 10명 중 4명 토지 소유 - 매일경제
- “시총 30조원까지 간다”…코스피 이전 기대감에 매수 몰린 이 종목 [주식 초고수는 지금] - 매
- 엔비디아 호재에 첫 ‘30만닉스’ 달성…SK하이닉스, 새출범 이래 사상 최고가 - 매일경제
- 118년 만의 역대급 폭염에 경기도 “오후 2~5시 작업 중지” - 매일경제
- 초대박! 김민재, 韓 축구 새 역사 쓰나···“바르셀로나, 아라우호 이탈 대안 KIM 주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