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제헌헌법의 꿈, 새로운 희망의 세대

곧 제헌절이다.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한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전문(前文)은 당시의 시대적 절박함 속에서도 놀랄 만큼 크고 담대한 꿈을 담고 있었다. 식민지에서 갓 해방된, 국방력도 경제력도 형편없던 최빈국이 '국제평화 유지'까지 언급하는 그 선언은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당찼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6·25 전쟁의 참화 속에 국토는 초토화되었고, 전 국민이 빈곤과 혼란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절망은 반전의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 국민의 저력, 즉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이 되살아났고, 세계가 주목한 기적 같은 도약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1996년, 마침내 당시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던 OECD에 가입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제헌헌법이 지향하던 꿈이 현실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 무렵,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제헌헌법이 꿈꿨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번영을 실제로 누리며 자란 첫 세대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닌, 세계 중심에 선 나라였다.
이들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과 같은 가치들을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익혔다. 그래서 전체주의 담론에 비판적이며, 인간의 존엄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더 깊이 공감한다. 북한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며, 통일의 필요성 역시 '민족'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더 이해한다. 이들의 자신감은 글로벌 문화 속에서도 빛난다. BTS의 세계적인 활약과 당당함은 이 세대의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들이 바로 제헌헌법이 꿈꾸었던 글로벌 '대한민국인(人)', 곧 '제헌헌법의 아이들'의 첫 세대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세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도 선배 세대들이 제헌헌법의 정신이 이 땅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애써왔기에 그 노력 위에서 이 새로운 세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제헌헌법이 꿈꿔온 헌법적 가치관 속에서 성장한 새로운 세대, 지금 이들이 30대가 되어 사회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들에게 희망이 있다.
북한에도 이와 유사한 세대가 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자란, 이른바 '장마당 세대'다. 이들은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 대신, 생존을 위한 현실 인식과 비판의식을 갖추고 있다. 이들도 이제 30대에 접어들었고, 북한 내부 변화의 씨앗이 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남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이 각각의 사회에서 주역이 될 때, 한반도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통일이 인간 존엄의 회복,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자유의 확산이라는 인류 보편의 역사 발전 과정임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전 세계에 선포하며, 동료 세계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다.
세계 속에서 당당히 어깨를 펴고 자라난 그 기상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굳건히 잘 감당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이들이 역사의 무대에 우뚝 서는 날까지 격려하고 응원하며 제헌헌법의 정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 기성세대에게 맡겨진 몫이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