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S. 버로스 '퀴어' 출간…죄책감과 집착으로 직조한 비트 세대의 고백

이 작품은 1950년대 초에 집필되었으나 작가의 극심한 내적 충돌로 인해 30여 년간 묻혀 있다가, 1985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공개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 한국어판은 『정키』, 『네이키드 런치』와 더불어 '윌리엄 리 3부작'으로 불리는 버로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잃어버린 시간과 죄책감, 갈망의 덩어리를 해부하듯 끄집어낸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하고,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윌리엄 S. 버로스는 잭 케루악, 앨런 긴스버그와 함께 1950년대 미국 비트 문학의 핵심 축을 이룬 인물이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물질주의적 번영과 중산층 윤리가 지배하던 미국 사회에 대한 반발로, 마약과 성적 소수자 문화, 재즈, 보헤미안적 방랑을 통해 또 다른 자유를 추구했다. 버로스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급진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로, 인간 내면의 파괴성과 광기를 냉정하게 응시하며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의 첫 장편 『정키』는 마약 중독자의 세계를 담담하게 묘사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발표된 『네이키드 런치』는 언어 해체와 컷업(cut-up) 기법으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기념비로 평가받는다. 『퀴어』는 『정키』와 『네이키드 런치』 사이에서 쓰였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개인적인, 고통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다.
『퀴어』의 창작 배경에는 윌리엄 버로스가 평생 짊어진 한 비극적 사건이 있다. 1951년, 그는 파티 도중 '빌헬름 텔 놀이'를 하다 실수로 아내 조앤을 총으로 사살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로 처리되었지만, 버로스는 이후 이 경험을 "작가로서의 나를 탄생시킨 저주"로 표현했다. 그는 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과 자기 혐오를 『퀴어』에 온전히 투영해냈다.
소설 속 주인공 윌리엄 리는 버로스의 자아적 분신이다. 마약 중독과 공허 속에서 떠도는 리는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청년 유진 앨러턴에게 집착한다. 앨러턴의 무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리는 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장광설을 늘어놓고 광대처럼 행동한다. 그는 환각제 '야헤'를 찾아 남미 밀림으로 향하며, 결국 앨러턴과의 관계마저 허망하게 끝내게 된다.
이처럼 『퀴어』는 표면적으로는 마약과 성적 방랑, 무정부적 탐미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면에는 외면당할까 두려운 인간의 본능적 불안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일방적 강박이 자리한다. 특히 리의 과장된 수다와 광기 어린 행위는, 결국 자신을 바라봐 줄 '관객'에 대한 갈망이다. 그리고 그 관객은 독자이기도 하다.
『퀴어』에는 버로스가 즐겨 사용하던 '컷업(cut-up)' 기법의 흔적이 드러난다. 이는 기존 텍스트를 물리적으로 오려내고 순서를 재배치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실험적 방식으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일관된 서사 뒤에 기묘하게 뒤틀린 리듬과 단절감이 느껴진다. 멕시코시티의 뒷골목과 남미 밀림의 풍경은 이러한 해체된 언어와 결합하며, 독자에게 일종의 '언어적 환각'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민음사 판에는 2009년판 『퀴어』의 편집자인 영문학자 올리버 해리스가 쓴 해설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해리스는 초기 원고와 출간본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며, 버로스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출간을 미룬 심리, 원고 편집의 과정 등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작품 이해에 꼭 필요한 이 글은, 『퀴어』라는 문학적 고백의 미로를 안내하는 지도 역할을 한다.
버로스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이 책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를 명확히 밝힌다. "이 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사실은 애써 피한, 한 사건이 동기가 되어 만들어졌다. 1951년 9월, 내 아내 조앤을 총으로 쏘아 죽게 만든 사고다." 『퀴어』는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던 작가의 방랑과 자기 해부의 시작점이며, 동시에 문학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깊은 죄의식과 상처를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텍스트다.
버로스는 『퀴어』를 통해 한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만 나올 수 있는, 숨기고 싶지만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고백을 남겼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나 실험적 문학을 넘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중심'을 끝까지 응시한 유일무이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