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팰리스는 놔두고, 공공임대 아파트에 올인해야 [아침햇발]

정남구 기자 2025. 7. 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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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남구 | 경제산업부 선임기자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7년 만의 최대폭(0.43%)으로 뛰자, 금융위원회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가계부채 억제 방안’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수요 억제책은 아직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거래가 급감하고 상승세가 꺾였다. ‘진보 집권기에 집값이 더 뛴다’는 기대심리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대출 규제로 집값을 계속 잡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가 2020년 16만6847건(한국부동산원)에서 2021년 9만3648건으로 43.9% 줄었지만 가격은 17.2%(케이비국민은행)나 올랐다. 2022년 거래도 또 반토막 났으나 가격은 6.5% 올랐다. 거래 없이도 오르는 게 집값이다.

‘낮은 금리’가 불쏘시개였다. 코로나 위기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내린 것이 그 전의 수요 억제책을 모두 무력화했다. 금리 하락은 배당·임대료 등 장래 소득이 생기는 자산의 현재가치를 끌어올린다. 그 무렵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다 폭등했다. 2022년 4분기 5.11%까지 올랐던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위기 때만큼 낮추지야 않겠지만,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

폭증한 가계대출은 우리 금융 안정에 최대의 위협이다. 증가 억제 쪽으로 일관되게 나가야 한다. 다만 그것이 집값까지 안정시킬 것이라 확신해선 안 된다.

보유세 인상도 검토할 일이다. 그런데, 실효세율이 매우 높은 미국에서도 집값이 장기간에 걸쳐 폭등한 걸 보면, 세금으로 집값을 잡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보유세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인상해야 할 일이지만, 시기와 속도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역시 공급이 잘 이뤄지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날 정부의 공급 확대책은 서울·수도권의 집값 안정에 왜 실패했을까? ‘안정된 가격으로 지속적인 공급’을 못 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단지 아파트를 지을 땅이 점차 줄어드니, 택지 가격이 오르고 분양가가 뛰고, 분양 뒤 시세가 또 뛰었다. 수익률을 높이려는 건설업체들이 온갖 주거복지를 갖춘 성(castle)과 궁전(palace)만 짓는 것도 집값을 더 끌어올렸다.

수도권 3기 새도시 아파트 분양가도 애초 정부가 공언했던 것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건축비가 올랐다 한다. 입주 뒤 시세가 또 뛰면, 새도시의 집값 안정 효과는 이번에도 ‘꽝’이 된다. 공급 확대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신규 택지 공급을 대거 늘려 택지 가격을 하락 안정시키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토지이용 규제 완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민감한 사안이라 시간을 두고 공론화를 거칠 일이다.

우리나라 자가 보유율은 2023년 60.7%(수도권 55.1%)다. 2019년 61.2% 이후 하락 추세다.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국민의 내 집 마련 지원에 투입해봐야 이제 별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청년·서민 아파트의 ‘임대료 안정’을 목표로 삼고 재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국민 주거복지 향상에 훨씬 효율적이다.

먼저 서울·수도권에 공공임대 아파트 사업을 전담할 공공기관을 따로 설립하고 국채 금리 수준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저가에 택지를 확보하게 지원해야 한다. 건축물의 품질은 좋게 하되, 대단지로 지을 필요는 없다. 주차장은 필수지만, 녹지 비율도 강제하지 말 일이다. 입주 때 산세비에리아 화분 하나씩만 들고 오게 하자. 용적률도 특혜를 주어, 임대료를 시장가보다 한참 낮춰도 수지가 맞게 해야 한다.

그런 공공임대 아파트 재고가 상당한 규모로 늘어나면 시장 임대료도 상당히 안정시킬 수 있다. 입주자들이 낮은 임대료로 오래 맘 편히 살 수 있다면, 집을 사는 것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꾸준히 시행하면, 결국엔 민간 아파트에서도 임대료를 내든 사서 원리금을 갚아나가든 부담이 비슷해질 것이다.

서울 도심의 명품 주택 가격 상승은 그걸 갖지 못한 사람들을 배 아프게 하고, 뒤따라 오르는 수도권 아파트값은 집 없는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렇다고 ‘집값은 내가 산 뒤에 오르게 하라’는 목소리에나 잠시 부응하는 정책으로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뜨릴 수 없다.

새로 공급하는 집 값을 다이어트하는 게 최선의 주거정책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공공임대 아파트에 올인해야 한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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