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회의록 공개...리박스쿨 유착 숨기고 '입단속'

최혜정 2025. 7. 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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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회의록 전체를 입수했다. 그런데 리박스쿨 논란이 터진 후 열린 첫 회의에서 김주성 위원이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거짓 해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배용 위원장은 리박스쿨 사태에 대해 국교위 차원의 입장 표명을 거부했고, 위원들에게는 회의 내용을 언론에 발설하지 말라고 입단속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국교위에 산하 특별위원회와 전직 위원까지 포함해 총 7명이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와 연관된 인물들로 분류된다고 보도했다. 국교위는 윤석열 정부 때 처음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교육 과정을 심의하고 10년 치 교육 정책의 시안을 마련하는 등 교육 정책의 큰 틀을 설계하는 곳이다. 현재 20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관련 기사: 손효숙 ‘프리덤칼리지’ 장학금 받은 대학생도 ‘국가교육위원’)

2025년 4월 28일 기준 국가교육위원 전체 명단.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김주성, "이해 관계 없다" 거짓 주장.. 국교위원 활동 중 '손효숙 사업' 살폈다

뉴스타파는 김준혁 의원실(국회 교육위원회)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회의록 전문 54건을 확보했다. 회의 기간은 2022년 10월 27일부터 2025년 6월 13일까지다. 지난달 13일, 제54차 국교위 회의가 열렸다. 뉴스타파가 리박스쿨 댓글공작팀 고발 보도를 한 지 14일 만이었다.

제54차 국가교유위원회 회의록 일부. 김준혁 의원실 제공.

이날 회의에는 이배용 위원장과 상임위원 두 명, 비상임위원 16명을 포함해 총 19명이 참석했다.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와 함께 활동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주성, 장신호, 김건 비상임위원도 참여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중장기 국가교육 발전계획으로, 2027년부터 10년 간 적용될 교육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배용 위원장은 본 안건을 처리하기 전, 연루설에 휩싸인 김주성 위원과 장신호 위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다.  

이에 김주성 위원은 국교위원이 된 이후에 손효숙 대표와 관계를 끊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위원은 리박스쿨을 가본 적이 있으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1년~22년 정도에 리박스쿨에 가본 것 같음. 그때는 굉장히 작은 곳이었음. 우리 사회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부국대통령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될 수 있게 작은 모임들을 한다고 해서 갔었고, 윤 정권에 들어와서는 제가 거의 활동을 안 했음. 그때 발언을 가지고 신문에서 말씀을 하고 계심. 
- 김주성, 국가교육위원회 제54차 전체회의 회의록 (2025. 6. 13.)

김 위원은 리박스쿨 초기에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 국교위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는 게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손 대표와의 유착 관계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국교위는 계획을 짜는 곳일 뿐”이므로 자신이 손 대표를 도울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주성 위원의 해명은 거짓이었다. 김 위원은 국교위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에도 손 대표와 긴밀히 관계를 유지했다. 국교위원 자격으로 공식 석상에서 손 대표의 사업에 대해 언급한 사실도 있었다. 

김 위원은 손효숙 대표가 2024년 2월 만든 단체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창립 출범식에서 축사를 했다. '함께행복교육봉사단'은 손효숙 대표가 늘봄학교 정책을 지지할 목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 세 곳을 모아 만든 연합 단체다. 중요한 사실은 당시 김 위원이 국교위 위원 신분이었다는 점이다.

국가교육위원회 김주성 비상임위원이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창립 출범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Heemoon Lee”)

이날 김 위원이 발언한 축사에는 김 위원이 손 대표를 위해 이해관계 충돌로 비춰질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들어 있었다. 김 위원은 손효숙 대표가 추진하던 교육 사업이 추진되지 않은 이유를 자신이 알아봐줬다고 말하면서 '좌파가 심사해서 추진이 안 된 것' 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김 위원이 손 대표의 사업 과정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다는 뜻이다.

손효숙 대표님이 신청을 했었는데 안 된 게, 그것도 알아보니까 포스트에 좌파가 앉아 있어서. 이런 불행한 사태들이 있습니다.
- 김주성 위원 (2024. 2. 28.,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창립 출범식)

김주성 위원은 손효숙 유착 교원 단체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가 출판한 책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에 추천사를 싣기도 했다. 김 위원은 추천사에서 우리 사회가 이승만과 박정희에게 ‘친일과 독재의 프레임’을 씌웠고 ‘친북 주사파가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로 치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책은 김주성 씨의 국가교육위원 임기 중이었던 2024년 9월 발행됐다.

이승만은 전쟁 통에도 민주 선거를 치뤘고, 박정희는 민주 정치의 선결 조건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중략)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로 치부했던 친북 주사파의 역사관은 고리타분하다.
- 김주성 위원 (2024. 9. 20. <대한민국 사회교과서>)

이배용, 국교위원장 명의로 입장 표명하란 요구 거부...“언론에 내지 말라”

이배용 위원장이 리박스쿨 관련 의혹과 관련해 국가교육위원장 명의의 입장 발표를 거부한 사실도 회의록에서 확인된다. 

이 위원장은 공식 입장을 내달라는 위원들의 요구를 “이치에 맞지 않는 말”로 일축했다. 장석웅 국교위원이 '언론의 관심이 큰 사안이니 국교위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자,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교위 차원의 입장 표명은 필요 없다는 논리였다.

○ 장석웅 위원: 제가 정리한 것은 그러함. 수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물어볼 것임. 그래서 이렇게 정리한 내용으로 답을 하려고 함. 두 분이 1분 내외로 아주 간략하게 관련이 없다는 내용으로 입장을 발표하셨다는 것, 한 위원은 총괄적으로 위원장의 사과와 유감을 표명할 사안이라고 했지만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으셨다는 것, 다만 정치적 중립에 입각해서 조심히 활동하라는 당부를 하셨다는 것으로 정리해도 될지 다시 여쭤봄.

● 이배용 위원장: 위원님도 기관장을 하지 않으셨는지? 지금 단계에서 왜 위원장의 사과가 필요하고 그렇게 표현을 하시는지?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어떤 사과를 할지?
- 국가교육위원회 제54차 전체회의 회의록 (2025. 6. 13.)

문제는 국교위에서 늘봄학교 관련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 전은영 국교위원은 '국교위에서 늘봄 운영주체를 비영리 단체까지로 확대하는 안건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국교위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작년에 연구센터에서 작성한 부분일 뿐”이라며 리박스쿨 사태와 국교위 간에 선을 그었다. 

○ 전은영 위원: 나눠주신 지난 안건집 75쪽에는 “지역별, 학교별 특성에 따라 늘봄학교의 실질적 운영주체를 일반 지자체, 대학, 비영리단체 등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 “지역돌봄협의회를 활성화하고 교육장의 초등돌봄 관련 권한·책임을 지자체장 수준으로 강화하겠다”하는 내용이 있음. 우리는 늘봄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음.

●이배용 위원장: 이 자료는 연구센터에서 전문위원회, 특별위원회 의견을 들어가면서 벌써 작년에 나온 것임. 교육부 차관도 계시지만 늘봄은 정부의 공약 속에서 있던 것이고, 교육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늘봄학교가 여기에 들어온 것임. 우리가 마지막에 정리한 것에는 그런 부분이 거의 안 들어와 있음.


- 국가교육위원회 제54차 전체회의 회의록 (2025. 6. 13.)

이날 이배용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회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일찍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함. 어제도 선의로 상임위원 회의에서 그런 얘기를 해서 오늘 본회의 안건이 아닌데도 거론을 한 것임. 모든 것을 위원장에게 과대하게 포화를 하려고 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봄. 또한 비공개이기 때문에 언론에 내시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함.
- 국가교육위원회 제54차 전체회의 회의록 (2025. 6. 13.)

이배용 위원장과 연루된 위원을 두둔한 비상임 위원들

일부 위원들은 이배용 위원장을 두둔하거나, 리박스쿨 관련 보도를 이어가는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정대화 위원은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건 위원은 국교위 내에서라도 위원들이 무고하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언론의 문제 제기 방식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언론의 민감도가 높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문제는 언론이 마치 유죄를 전제로 기사를 작성하는 느낌이라는 것임. 우리 위원회 차원에서도 위원 개인에 대한 유죄추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함. 우리 내부에서라도 무죄추정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함
- 김건, 국가교육위원회 제54차 전체회의 회의록 (2025. 6. 13.)

뉴스타파는 김건 위원이 이끄는 보수 성향 청년 단체 신전대협이 손효숙 대표가 운영했던 프리덤칼리지 장학회의 후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손효숙 ‘프리덤칼리지’ 장학금 받은 대학생도 ‘국가교육위원’) 김건 위원은 국민의힘 추천으로 국교위원이 됐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북한을 “우리 북한”이라 칭했다는 이유로 이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실도 있다. 

장석웅 위원이 언론에 이배용 위원장이 사과 거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요구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남성희 위원은 “언론의 질문마다 모두 답변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장 위원을 만류했다. 강혜련 위원 역시 이배용 위원장을 두둔하며 리박스쿨 보도가 국교위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 남성희 위원: 여기 계신 분들은 다 한 배를 탄 사람들임. 위원님처럼 나가서 얘기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 법적으로 또는 국회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자는 입장도 있을 텐데, 그것을 혼자 대변하셔서 인터뷰를 하시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함.
(중략)
●강혜련 위원: 지금 리박스쿨은 국교위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 왜 국교위와 계속 연관을 짓는지 모르겠음. 혹시 국교위를 폄하하려는 의도로 국교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음.
- 국가교육위원회 제54차 전체회의 회의록 (2025.  6.13.)

국가교육위원회 일부 위원이 리박스쿨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국교위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윤석열이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이유가 일부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가늠된다. 리박스쿨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뉴스타파 최혜정 judy@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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