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컬렉터의 시대' 출간…현대미술 시장 권력의 중심, 컬렉터를 해부하다

곽성일 기자 2025. 7. 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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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컬렉터의 시대_표지(입체)
컬렉터는 누구의 미술을 사는가?

21세기 미술시장에서 작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컬렉터다.

예술은 창작의 산물이지만, 시장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작품을 누가 소유하는가이다. 고동연 미술사가의 신간 《아트 컬렉터의 시대》는 이처럼 미묘하고 복합적인 미술시장의 권력 관계를 '컬렉터'라는 키워드를 통해 조망한 미술시장 인문서다.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고, 누가 그것을 정하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의 뒷면에 자리한 현대미술의 경제·사회·문화적 조건들을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컬렉터가 예술의 지형을 바꾼다"

책은 단순한 컬렉터 열전이나 아트페어 가이드북이 아니다. 저자는 컬렉터를 현대미술의 풍향계이자 시장의 배후 권력으로 규정하며, 예술과 자본의 접점에서 미술이 어떻게 소비되고 유통되는지를 추적한다. '예술의 순수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술시장의 메커니즘, 그리고 미술사에서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소유자의 역사가 이 책의 핵심이다.

1950년대 뉴욕의 택시 재벌 로버트 스컬이 워홀과 리히텐슈타인 작품을 수집하면서 현대미술의 판도가 바뀌었고, 1990년대엔 찰스 사치가 영국 YBA 작가들을 발굴하며 아트 마케팅의 새 장을 열었다. 이처럼 컬렉터는 때론 화상보다 앞서 작가를 발굴하고, 미술관보다 먼저 시장을 예측하며, 국경을 넘어 글로벌 예술의 흐름을 결정짓는 존재가 되었다.

△역사와 시장의 교차점에서, 컬렉터를 읽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미술시장 구조의 변화를 대표하는 시대와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더치 황금기의 유화 미술, 19세기 파리 화랑가, 20세기 초 미국 미술관의 탄생과 슈퍼 컬렉터의 등장, 그리고 21세기 경매 시장과 사치 효과에 이르기까지, 컬렉터의 이동 경로가 곧 미술사의 궤적이 되는 구조다.

1장에서는 유화가 이동 가능한 '사유재산'으로서 시장을 형성한 네덜란드 미술의 발흥을 조명한다.

2장은 인상파를 후원한 뒤랑-뤼엘의 화상 네트워크를 통해 파리 라핏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 미술시장의 태동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미국 미술관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교육자형 컬렉터와 미술계 제도권과의 밀접한 협력을 탐색한다.

4장은 글로벌 경매 시대의 '사치 효과'를 집중 조명하며, 컬렉터가 작가·화상·미술관의 전통적 삼각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주체로 부상했음을 분석한다.

5장에서는 실제 시장 참여를 준비하는 독자들을 위해 컬렉터 입문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 투자 전략, 윤리적 고민까지 폭넓게 다룬다.

△컬렉터는 소비자인가, 창조자인가?

《아트 컬렉터의 시대》가 흥미로운 점은 컬렉터의 이중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으론 작품의 가격을 좌우하는 막강한 소비자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의 맥락을 형성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고동연 저자는 이 책에서 "컬렉터가 단지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미술 생태계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또 하나의 창작자"라고 지적한다.

컬렉터의 부상은 예술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한다. 시장 중심의 가치 평가가 예술의 자율성을 침식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생산과 감상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가? 예술가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며, 컬렉터는 언제 '후원자'에서 '투기꾼'으로 변모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분석한다.

△전문가와 입문자 모두를 위한 책

《아트 컬렉터의 시대》는 이론서이자 실무서로서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학술적 깊이를 지니면서도 컬렉터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기초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특히 '21세기 컬렉터 입문' 장에서는 올바른 정보 수집법, 작품 가치의 평가 기준, 미술품의 유통과 법적 문제까지 실제적인 정보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경영학, 미술사, 문화정책을 공부하는 이들뿐 아니라 예술과 투자, 문화와 경제의 접점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저자 고동연은 동시대 미술과 사회적 조건의 교차점에 천착해온 미술사학자다. 한국전쟁의 기억, 소비문화와 젠더, 예술과 자본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비평의 언어로 풀어내 왔다. 《응답하라 작가들》,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비평의 조건》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미술계 내부의 구조를 정밀하게 해부해 왔으며, 국제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술시장 강의와 기업 자문 등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