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코 컬처(Narco Culture)

기호일보 2025. 7. 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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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는 슈퍼카, 초호화 저택, 고가의 명품과 금빛 장신구, 두툼한 현금 다발.

언뜻 보면 재벌 2세의 화려한 소비를 다룬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지만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대에서 유행하는 '나르코 컬처(Narco Culture)'의 실체다.

총기나 마약 카르텔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르코 컬처의 본질인 불법적 부의 축적과 그에 대한 대중의 환호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관찰된다.

나르코 컬처는 범죄가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되는 현실을 보여 주는 현대사회의 명백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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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번쩍이는 슈퍼카, 초호화 저택, 고가의 명품과 금빛 장신구, 두툼한 현금 다발. 언뜻 보면 재벌 2세의 화려한 소비를 다룬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지만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대에서 유행하는 '나르코 컬처(Narco Culture)'의 실체다. 

'나르코'는 스페인어로 마약상(narcotraficante)을 뜻하며, 이 문화는 마약 카르텔의 삶을 미화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세계 곳곳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이 이토록 과도하게 부를 과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언제든 경쟁 조직원에게 목숨을 잃거나 경찰에 체포돼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 때문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오늘 번 돈을 있는 대로 쓰고, 찰나의 쾌락과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때는 먼 타국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나르코 컬처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게 됐다. 이는 단순히 범죄자를 미화하는 차원을 넘어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이 공공연히 사회적 성공을 자랑하며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받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총기나 마약 카르텔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르코 컬처의 본질인 불법적 부의 축적과 그에 대한 대중의 환호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관찰된다. 최근 몇 년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보이스피싱 총책, 음란사이트 운영자 등 숱한 범죄자들이 명품 옷과 외제차, 고급 아파트를 SNS에서 과시하며 일종의 '스타'로 소비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는 SNS에서 과도하게 부를 자랑하는 이들을 향해 "땀 흘려 성공했다"고 칭찬하기보다는 "대체 어디서 저 많은 돈을 벌었을까?" 하는 의심의 시선이 먼저 가는 현실은 그 단적인 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범죄 경험담을 토크쇼처럼 풀어내며 광고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폭력조직 간 충돌이나 감옥 생활을 '무용담'처럼 포장해 이야기하고 "그래도 돈은 벌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한다. 범죄의 폐해나 반성을 다루기보다 범죄 그 자체를 일종의 '입신의 서사'로 소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르코 컬처의 국내형 변주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정직하게 살아봐야 소용없다", "법을 지켜서는 계층을 넘을 수 없다"는 냉소는 곧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현실이 구조적 불평등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교육 기회의 불균형, 계층 간 이동의 정체, 청년 고용 불안정 등의 여건 속에서 불법적인 수단이 오히려 '실용적인' 성공 전략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나쁜 돈'이 '깨끗한 돈'보다 당장은 더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사회 전체는 불신과 냉소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

나르코 컬처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가 붕괴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그렇기에 정부는 범죄를 통해 얻은 이익을 반드시 환수하도록 모든 사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범죄로 축적한 부를 공공연히 자랑하는 일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 SNS 플랫폼은 범죄 전력을 자랑하며 수익을 얻는 콘텐츠에 대해 선제적으로 경고하고, 필요시 즉각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나르코 컬처는 범죄가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되는 현실을 보여 주는 현대사회의 명백한 위기다. 이대로라면 '범죄조차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된 사회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법과 윤리가 경쟁력을 잃는 사회, 그것은 단순히 위험한 수준을 넘어서 우리 모두를 향한 파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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