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재판 간섭 말라” 미 대사 초치···트럼프 ‘관세 정치화’ 본격화

윤기은 기자 2025. 7. 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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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대법원에서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기소를 구실로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미국이 관세를 내정간섭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동 선동, 쿠데타 모의 등 혐의를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은 미국과 브라질 간 외교전으로 번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 G1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이날 오전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청사에 개브리얼 에스코바르 주브라질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루스소셜에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끔찍한 짓을 하고 있다”며 “나는 그와 그의 가족, 수많은 지지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매우 자세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우리는 그 누구의 간섭이나 보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도 브라질을 압박했다. 그는 이날 오후 브라질에 보낸 서한에 “이 재판이 열려선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며 브라질에 50%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기본관세 10%에서 40%포인트 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거론하며 미국 무역대표부에 브라질과의 무역에 대한 조사를 즉시 시작할 것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 연합체 ‘브릭스(BRICS)’ 회원국이라는 점도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게 된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관세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쿠데타를 계획한 자들에 대한 사법 절차는 전적으로 브라질 사법부 책임이며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종류의 간섭이나 위협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대브라질 무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수단 삼아 다른 나라의 정책이나 사법 결정을 간섭하는 ‘관세의 정치화’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관세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형사 재판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그가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에서 추방된 미등록 이민자를 수용하지 않자 콜롬비아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결국 콜롬비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듬해 극우 세력의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대법원 침입·폭동을 선동한 혐의와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연방대법원에 기소됐다. 앞서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이 아버지의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관료에게 브라질 대법관 제재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브라질 전 대통령 아들, ‘쿠데타 혐의’ 부친 구하려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 의혹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041356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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