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자에 새겨넣은 한글의 위대함…서예가 서희환 30주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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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서(書)함에 있어 자형에 충실하고 필의(筆意)를 살리고 문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력 있는 서가 되게 힘을 기울였다."
이날 도슨트로 나선 김학명 예술의전당 학예사는 "원본 월인천강지곡의 서체를 최대한 살려 옮겨 적으면서도 서희환만의 따뜻한 서체 감성을 섞은 작품"이라며 "활자로 표현된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평보 한글 서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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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10월 12일 서울서예박물관서 120여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를 서(書)함에 있어 자형에 충실하고 필의(筆意)를 살리고 문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력 있는 서가 되게 힘을 기울였다."
한글 서예가 서희환(1934∼1995)이 자신의 대표작 '월인천강지곡'(1980)의 왼쪽 말미에 써넣은 글귀다.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최초의 한글 활자본으로 알려진 '월인천강지곡'의 1만자를 한땀 한땀 정성껏 자기만의 서체로 옮겨 적었다.
서희환은 1968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서예 부문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으며 한문 위주의 서단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 120여점을 만날 수 있는 회고전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이 1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10일 공개된 서희환의 작품 중 높이 180㎝, 너비 550㎝에 달하는 월인천강지곡은 관람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뽐냈다.
빼곡하게 적힌 1만자의 글씨는 멀리서 보면 한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마치 컴퓨터로 작성한 것처럼 균일하고 정갈한 한글로 이뤄졌다. 이날 도슨트로 나선 김학명 예술의전당 학예사는 "원본 월인천강지곡의 서체를 최대한 살려 옮겨 적으면서도 서희환만의 따뜻한 서체 감성을 섞은 작품"이라며 "활자로 표현된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평보 한글 서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희환의 그림도 관람할 수 있다. 그는 '글씨와 그림은 뿌리가 같다'는 '서화동원'(書畵同原)의 철학을 기반으로 서예뿐만 아니라 많은 문인화도 세상에 남겼다. 그의 문인화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림과 글씨가 마치 하나처럼 엮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977년 작 '찌는 더운 날씨 잉어 한 마리로 더위를 식히다'는 작품명 그대로 큼직한 잉어 한 마리를 그리고, 그 주위에 18자 한글을 흩뿌려 놓듯이 써놓았다. 김학명 학예사는 "서희환의 예술은 한글 서예로 대표 되지만 독특한 화풍의 문인화 작품도 남아있다"며 "서희환의 문인화와 마치 그림과 같은 글씨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용적인 예술을 추구했던 서희환은 수도여자사범대학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 여러 기관의 현판 원본 글씨도 썼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금은 실물 현판이 남아있지 않은 수도여자사범대학의 현판 원본 글씨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실물 현판이 전시된다. 이 외에도 예술의전당과 독립문 등 다양한 현판 글씨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개인 수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그중에서도 서희환의 작품 200여점을 모은 고창진 작품수집가의 '풍년비 들에차'가 눈에 띈다. 본래 '풍년비'와 '들에차'라는 두 작품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수집가가 보유하고 있다가, 한지의 질감과 서체의 유사점을 눈여겨본 고창진 수집가가 수소문 끝에 두 작품을 모두 사들여 하나의 작품으로 정비해놓았다. 고창진 수집가는 "두 장의 기성품 한지에 석 자씩 나눠 써놓은 작품이 별개의 작품으로 오해돼 나뉘어 팔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산가족과 같았던 두 작품이 한데 모이게 돼 제 평생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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