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랜드마크 사라져”…디큐브시티, 유령 건물 전락하나
입주민 “용도변경 허가 시 행정소송할 것”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5번 출구와 연결된 디큐브시티 상업시설 곳곳에는 출입을 막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 적혀 있던 안내판은 모두 덧칠돼 있었다. 디큐브시티 내 업무시설과 지하철 대합실로 향하는 사람들만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역사 내 편의점 점원은 "매대 행사 등으로 항상 백화점 입구가 붐비던 시간대인데, 폐점 이후로는 출퇴근하는 사람들만 북적이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폐점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부지가 '유령 건물'로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건물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오피스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디큐브시티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다. 주민들은 구로구의 상징이었던 현대백화점 폐점으로 지역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사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용도변경 추진을 중단하면서 사업이 무기한 표류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당초 지난 6월30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의 임차계약 종료에 맞춰 상업시설에서 업무시설로의 용도변경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약 6500억원을 투자해 지하 2층~지상 1층은 리테일 매장으로, 2~6층은 오피스 시설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백화점 입점 업체들과도 오는 7월18일까지 시설물을 철수하고,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을 시작하기로 합의가 끝난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리모델링의 첫 단추인 용도변경조차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디큐브시티 건은 진전이 없어 사업이 유보된 상태"라며 "재추진 시점도 예상할 수 없으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민들 "구로구 랜드마크 사라져"
용도변경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건 백화점의 상징성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구로구 내 유일한 백화점이었다. 백화점이 사라지면 건물 가치와 지역 랜드마크로서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특히 디큐브시티아파트는 백화점·영화관 등 문화시설을 단지 내에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백화점 용도변경 반대위원회 측은 "지역 내 호텔, 백화점을 새로 유치하기는커녕 기존 시설마저 없애는 것이 주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느냐"라며 "하나뿐인 백화점마저 업무시설로 대체된다는 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주민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2027년 하반기까지 신세계프라퍼티의 도심형 쇼핑몰 '스타필드 빌리지'를 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상층부에는 업무시설, 저층부에는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벤치마킹한 구조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존 현대백화점에 준하는 백화점 유치를 주장하면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요구대로 백화점을 다시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기존 임차인이었던 현대백화점도 신도림 상권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매출은 전국 16개 현대백화점 중 14위로 하위권이었다. 적자는 아니었지만, 백화점 운영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등 수요를 흡수할 백화점이 있다는 점도 유치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주민과 운용사 측이 폐점 이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인근 부지가 장기간 슬럼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백화점 폐점 이후 유동 인구가 급감하면서 역사와 디큐브시티 통로에 음산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방문객이 더 줄어들기 전에 어떤 시설이든 대체가 필요하다는 민원도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관청인 구로구청은 장기간 공실이 방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양측 의견을 중재 중이다. 다만 용도변경에 주민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닌 데다, 2021년 디큐브시티 호텔을 업무시설로 용도변경한 전례도 있어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디큐브시티 아파트 입주민 측은 용도변경이 허가되면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시행자 측과 주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구청이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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