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에너지 도로, 국가전력망특별법으로 뚫는다

세종=조규희 기자 2025. 7. 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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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가는 길②
[편집자주]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뚫린다. 수도권의 부족한 전기를 호남 재생에너지 단지에서 끌어오는 국가 전력망 구축 사업이다. 그 길에 놓여 있는 걸림돌을 짚어 보고 솔루션을 모색한다.

/자료제공=한국전력
뚫어야 산다. 현재 한반도에 깔려있는 전력망은 대형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분산전원에 적합하지 않다. 50여년전 깔린 망이라 노후화도 심한 상태다. '전력망 효율화'는 AI(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 공급과 더불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다. 주민 수용성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지만 9월 시행되는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에너지…이대론 국민 혈세도 낭비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호남권은 태양광·풍력 발전의 주산지라고 할 수 있다. 203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64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 보유한 전력망으로는 절반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전남·전북 등은 잉여 전력으로 전기를 억지로 버리거나 전력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대로라면 2036년에는 호남권 재생에너지 58.5GW는 버려야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도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라 300여개의 망 건설 사업이 계획돼 있으나 현재 착공된건 10% 수준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망 건설 지연으로 국민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은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에 날개 달아 줄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통상 전력계통은 발전소(765kV, 345kV) → 송전선로 → 1차 변전소 → 송전선로(154kV) → 2차 변전소 → 배전선로(22.9kV) → 변압기(220V) → 소비자의 순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교류(AC) 기반이지만 한전은 이를 직류(DC)로 전환하고 있다.

직류 배전으로 바뀌게 되면 전력변환(AC/DC) 단계의 감소로 손실을 줄여 10~15%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직류는 전력선의 절연성능을 낮출 수 있어 선로 구성비용의 절감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더 많은 전력 전송이 가능하고 장거리 송전이 유리하다.

한전이 호남지역의 무탄소 전원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까지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반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착수한 이유다.

올해 부지 확보를 완료하고 2027년까지 설계, 계약을 진행하며 2029년부터 시공을 시작해 2038년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총 3단계에 걸친 장대한 계획으로 1단계 완료 시점인 2031년을 새정부 정책과 부합하게 1년여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수송능력만 8GW에 달하며 필요 추정 예산은 12조원이다.

345㎸(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진제공=한국전력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이 이같은 계획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설치 및 기본계획 수립 △인허가 의제 확대(기존 18개에서 35개) △주민·지자체 보상 및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전력망 건설의 필요성에 대다수 공감하나 사업이 지연된 주된 이유는 주민 수용성과 보상 문제다. 오는 9월 시행되는 특별법에 따르면 345kV(킬로볼트) 국가기간망에 대해 국가적 추진 체계 마련, 주민 보상·지원을 확대한다.

우선 지역별 지원금의 100분의 50 해당금액을 관할 시·군·구에 추가 지원할 수 있으며 송변전 설비 근접지역(설비 주변 300미터 이내) 및 밀집지역(345kV 이상 설비가 2개 이상인 지역)에 지원금을 추가 지원할 수 있다.

입지선정 기간 단축도 기존 24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된다. 개발사업 시행기간의 변경, 소유자와의 협의 또는 잔여지 매수 등을 통한 구역 변경 등은 신고·수리 대상이며 사업면적 또는 선로의 길이가 100분의 30 이하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전력망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을 통해 주민수용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의제가 대폭 확대되는 만큼 에너지고속도로 추진에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해안은 고속도로는 시작일뿐…남해·동해까지 한반도 둘러싸야

에너지가 있어야 수도권에 편중된 사람도, 기업도 분산될 수 있다. 해안지역에 몰려있는 기존 전력 생산지를 비롯해 새롭게 설치될 신재생에너지를 위해서도 한반도를 아우르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고속도로는 RE100(100%재생에너지사용) 참여기업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RE100 참여기업의 평균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8%에 불과하다. 유럽의 탄소국경제도(CBAM)이 시행되는 2026년에만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가 851억원에 달한다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해-남해-동해-제주를 연결하는 해상 전력망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지-산업 거점을 연결하는 U자형 에너지고속도로 필요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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