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스라엘 가자전쟁 비판한 유엔 특별보고관 제재···인권단체 “침묵 강요” 비판
가자전쟁에 대해 “집단학살”이라며 비판해온 알바네제
인권단체 “침묵 강요···국제 규범 무력화” 비판
네타냐후 총리 방미 기간 중 제재 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은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을 제재했다. 알바네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관여했다는 이유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알바네제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동의 없이, 두 국가의 국민을 조사·체포·구금 또는 기소하려는 시도로 ICC와 직접적으로 협력해왔다”며 제제 이유를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또 “미국은 그간 알바네제의 편향적이고 악의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반대해 왔다”며 “노골적인 반유대주의 발언을 쏟아냈고, 테러를 지지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서방에 대한 공개적 적대감을 표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편향성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한 ICC 체포영장 발부를 권고한 사례 등 그의 경력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출신 인권 변호사인 알바네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일을 “집단학살(genoside)”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알바네제는 세계 각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압박을 통해 가자지구 폭격을 멈추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ICC가 이스라엘 지도부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한 것을 지지했다.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선 미국 대기업이 포함된 60개 이상의 기업의 이름을 적시하고 이들이 가자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과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이 기업들이 이스라엘과 거래를 중단하고 이와 연루된 임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무기 제조업체와 기술 기업, 해운, 부동산, 금융 분야 기업들의 활동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지속되는 이유는 많은 이들이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알바네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에 대해 “완전히 터무니없는 국제 범죄”라며 “위기를 더 악화시킬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루비오 장관은 “알바네제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벌인 정치적·경제적 전쟁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위권을 행사하는 우리의 파트너들과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로 유엔에 각국의 인권 상황을 보고하는 역할을 밭고 있다. 유엔을 공식적으로 대표하지는 않으며 법적 권한은 없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미국의 제재를 비판했다. 리즈 에벤슨 휴먼라이츠워치(HRW) 이사는 “유엔 전문가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스라엘의 위반 행위를 지적한 것에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인권 침해 피해자들이 의존하는 국제 규범과 제도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전 세계 정부와 국제법을 믿는 모든 이들은 특별보고관의 업무와 독립성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서한을 보내 알바네제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제재를 가했다. 이번 조치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6일 ‘ICC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ICC 검사장, ICC 판사 4명 등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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