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라면·빵·음료…가격인하 없이 '반짝할인'만?

조봄 기자 2025. 7. 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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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물가상승 주범은 가공식품
가공식품 가격 올리면
어지간해선 다시 안 내려
정부 요구로 할인행사 나서 
반짝할인에 그칠 가능성 높아

12·3 비상계엄은 수많은 악영향을 미쳤지만, 서민 입장에서 보면 라면·빵·과자·음료같은 가공식품 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렸다는 점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나쁜 여파였을지 모른다. 이런 것까지 계엄 탓을 하느냐 싶지만, 통계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국은행이 6월 18일에 발간한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공식품 품목 중 53개(75%)가 가격이 올랐다. 보고서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던 시기에 가공식품 가격이 다수 인상됐다"고 평가했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정부의 가격 감시기능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타이밍을 재던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가격인상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갓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는 질문이 튀어나왔고, 6월 소비자물가지수(2.2%)가 다시 2%를 넘어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주범이 가공식품(4.6% 상승)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커피(12.4%)와 햄·베이컨(8.1%), 라면(6.9%)의 상승폭이 높았다. 라면은 21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물가잡기에 나섰다. 식품기업들이 여름철 할인행사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4일 식품·유통업계와 간담회를 열었고, 농심, 오뚜기, 삼양, SPC, CJ제일제당 등과 함께 7월 한 달 간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농심과 동서식품 등 일부 기업은 이미 대형마트 등에서 할인행사를 시작했고, 다른 기업들도 7월 중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라면과 빵, 커피·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의 할인행사에 들어간다. 할인율이 10%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이른바 '반값 세일' 소식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은 라면 사재기라도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과거 정부는 가격 급등기에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해왔다. 다만, 대다수는 작황 부진 등으로 일시적 수급 불안이 발생하는 농축수산물 등에 할인의 초점을 맞췄다. 작황이 개선되면 가격도 조정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면과 과자, 음료 등 공장에서 생산하는 가공식품은 이야기가 다르다. 한 번 판매 가격이 정해지면 좀처럼 가격이 내려오지 않는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KOSIS)를 통해 소비자물가지수 중 가공식품만 따로 떼어 연간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2001년 이후 24년 동안 가공식품 지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업들이 라면 값이나 과자·음료 값을 내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할인행사로 7월이나 8월 물가 상승률을 잠시 진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한번 오른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조삼모사'식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예가 바로 소주 맥주의 외식가격이다. 주류업체들이 소주나 맥주 가격을 올렸지만, 식당이나 술집에서 파는 소주·맥주 가격은 7~9개월 간 하락세를 보였다. 자영업자들이 줄어드는 매출을 잡으려 소주 또는 맥주 한병 공짜, 심지어 무제한 제공 등 할인행사에 나선 게 가격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자료 | 한국은행, 참고 | 2025년 기준]

그러나 한계에 다다른 업주들이 할인행사를 하나둘 멈추자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시적 할인행사는 물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한시적일 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근본적으로 물가를 잡는 방법은 원재료 값에 맞춰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6월 1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맥(소맥분)의 2025년 1~4월 평균 가격은 2022년과 비교해 22.6% 하락했고, 대두는 무려 41.3% 급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3.6% 상승해 대비를 보였고, 특히 라면은 14.2%, 빵은 19.4%가 올랐다. 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땐 가격을 올리되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다고 상품 가격을 함께 내린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소비자들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당장이야 기업들이정부 눈치를 보며 할인가격에 물건을 내놓겠지만, 그 이면에선 '어수선한 틈에 가격 올려두길 잘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지도 모른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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