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창호 위원장, 성소수자 보고서 상정 막았다” 인권위 내부 폭로

고경태 기자 2025. 7. 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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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소위 개입 이례적…조사관 “부당 개입”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5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14층 전원위원회실에서 열린 남규선 상임위원 이임식에 참석해 이임사를 듣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소위원회에 제출하려는 조사관의 성소수자 관련 보고서 상정을 막았다는 주장이 인권위 내부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 인권위법과 운영규칙 등에 따라 위원장은 소위원회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아온 터라 “부당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인권위 차별시정국 조사관 ㅊ아무개씨는 9일 오전 인권위 내부망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6월 차별시정위원회 안건 마감을 20일 앞둔 시점인 5월28일에 성소수자 관련 사건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차별시정국장이 계속 상정을 미루다가, 7월에 열리는 소위를 앞두고 ‘위원장님이 상정을 보류하자고 하신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차별시정국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 위원장 말을 전하며 ‘나의 결재권은 위원장님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니 위원장님이 그런 의견이시라 나는 결재를 못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ㅊ조사관은 “혹시 성소수자 건이라 위원장과 상의하나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안 위원장의 이러한 언급은 이치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개별 사건에 대한 부당한 개입, 관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글에서 언급된 사건은 성소수자에 대한 국회의원의 비하·혐오 발언과 관련된 건이다. 지난해 10월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서울시교육청 교육자료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관한 설명이 적시된 것이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같은 달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성소수자 학생의 인격권과 평등한 교육권,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 등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가 교육부 장관에게 ‘성 중립적 화장실 등 마련방안 수립 등’을,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예방과 금지에 관한 사항’을 윤리규정에 반영하도록 권고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ㅊ조사관은 반박했다. 그는 내부망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제가 올린 보고서는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다. 다만 혐오 발언의 발화자가 정치인일 뿐이다. 양당이 정치적으로 공방하는 중에 나온 발언도 아니다. 교육부를 상대로 국정감사 중에 피진정인(조정훈 의원) 혼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ㅊ조사관은 ‘기각 후 의견표명’으로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인권위에서 개별 진정 사건은 소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다. 현재 차별시정위원회 등 6개 소위가 있는데, 여기서 위원 간 의결이 안 되는 사건만 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로 올라온다. 이는 인권위법 12조와 인권위 운영규칙 25조등에 명시된 사항이다. 인권위의 또다른 한 조사관은 “소위 안건을 제출할지는 조사부서의 장이 정하는데, 대부분 무조건 제출해왔다. 그걸 위원장이 빼라 마라 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말했다. ㅊ조사관도 내부망 글에서 “(인권위는) 20년 넘게 위원장이 소위의 심의 의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왔다”며 “(안 위원장의 개입은) 다른 위원들의 심의 의결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니 부당하다”고 적었다.

ㅊ조사관이 내부망에 글을 올린 9일 하루 동안만 위원장과 차별시정국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20여개 올라왔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인권위 업무를 하러 온 거야? 아니면 종교적 신념을 기관에 주입시키려 온 거야?”라고 안 위원장을 겨냥해 비판했고, “위원장님께서 정확한 전후 관계 설명을 하시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듯하다. 국장 답변은 궁색하다”, “차별시정국장은 직무유기, 위원장은 직권남용으로 고발감”이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글에 언급된 차별시정국장을 향해 “기관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겁니다”라고 비판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전 아무개 차별시장국장은 현직 변호사로 안창호 위원장 취임 뒤인 올해 3월 계약직 고위공무원으로 인권위에 들어왔다.

한겨레는 9일 안창호 위원장과 전 아무개 국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사실 확인과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한편 안창호 위원장 역시 지난해 9월3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의 성소수자 관련 발언으로 진정사건이 접수됐으나 아직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ㅊ조사관은 “안창호 위원장도 피진정인으로서 사건 자료요청을 받고 6개월간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며 “중간에 수차례 구두로 독촉을 하였으나 알겠다고만 하고 감감무소식이다. 그것도 함께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안창호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동성애는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들었다. 여러 상황을 지켜볼 때 가능성 제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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