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쓸 곳이 없어…농촌 또 소외”

윤슬기 기자 2025.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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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는데, 농촌은 또 소외됐네요."

21일부터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놓고 전국이 들썩이고 있지만 상권이 열악한 농촌에서는 기대 이면에 실망의 분위기도 감지됐다.

동계면의 한 슈퍼 사장은 "규모가 작은 농촌에선 하나로마트와 동네 슈퍼는 고객층이 달라 딱히 경쟁관계가 아니다"면서 "소비쿠폰을 농협에서 못 쓰게 한들 어차피 다 읍으로 나가서 사용할 텐데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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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농협 사용처에서 제외
대중교통·상권 열악한 지역민
면단위 농촌 현실 외면에 실망
“농촌 특성 반영 이용처 확대를”
전북 순창군 동계면의 어르신들이 지갑 속에서 쓰지 않는 순창사랑카드를 꺼내 보여주며 “활용도가 떨어지는 지역화페”라고 꼬집고 있다. 이들은 소비쿠폰 사용처에 농협이 제외된 것이 “농촌 현실을 모르는 정부의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했다.

“소비쿠폰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는데, 농촌은 또 소외됐네요.”

21일부터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놓고 전국이 들썩이고 있지만 상권이 열악한 농촌에서는 기대 이면에 실망의 분위기도 감지됐다. 사용처가 지역화폐와 동일한 조건으로 제한돼 대부분 농협이 사용처에서 빠지면서 면(面) 단위 지역에서는 사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전북 순창군 동계면 귀주마을에서 만난 양시윤씨(69)는 소비쿠폰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탁상공론’의 전형이라며 역정을 냈다. 농협 외 마땅한 사용처가 없는 면 단위 농촌의 현실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씨는 “직접 와서 농촌 실상을 봐야만 농협을 제외한 채 ‘민생회복’을 강조하는 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 정책인지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계면에 있는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농협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영농자재백화점이 있어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농협이 아니면 주민들은 모두 순창읍으로 장을 보러 가야 하는데, 읍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4번, 심지어 면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3번만 운행한다. 어르신들이 오가기엔 언감생심이다.

정순옥씨(72·동계면 수정리)는 “누군 편하게 쓰고, 누군 불편하게 써야 한다는 게 씁쓸하고 면 단위 시골에 살아 소외당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쿠폰이 허공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떠올랐다. 양진엽씨(76·동계면 구미리)는 “순창사랑카드에 잔액이 몇만원 남았는데도 마땅한 사용처가 없어 안 쓴 지 2년이 넘었다”면서 “이번 소비쿠폰은 사용 기한도 있다는데 읍내 나갈 일이 없는 노인들은 여차하다 (쿠폰을) 날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구감소지역인 동계면은 소비쿠폰을 최대 5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도 열악한 농촌 현실을 감안해 동종의 민간 매장이 없는 면 내 농협 하나로마트·농자재판매소에선 쿠폰을 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구멍가게 수준이라도 관련 가게가 단 한곳만 있으면 농협은 제외된다. 동계면에도 지역 내 2곳의 슈퍼가 등록돼 있어 농협 하나로마트가 예외 적용을 받지 못했다.

정작 소상공인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동계면의 한 슈퍼 사장은 “규모가 작은 농촌에선 하나로마트와 동네 슈퍼는 고객층이 달라 딱히 경쟁관계가 아니다”면서 “소비쿠폰을 농협에서 못 쓰게 한들 어차피 다 읍으로 나가서 사용할 텐데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지역사랑상품권도 농협에서 못 쓰면서 사용처가 별로 없다보니 상품권을 사용하는 주민만 확 줄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사용처를 현실에 맞게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관전리에 사는 한경수씨(67)는 “소비쿠폰을 쓰려면 수십㎞ 떨어진 읍내까지 가야 한다”면서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운전이 필수인 농촌 특성을 반영해 지역 내 다른 주유소가 없는 곳에 한해선 농협 주유소도 쿠폰 사용처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창=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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