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존중 실천의 공식

'존중'이란?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온갖 좋은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진부하게 느껴진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 '존중'의 정의에 맞게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전에서는 '존중(尊重)'을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라고 설명한다. '존(尊)'은 '높이 여기다, 귀중히 여기다, 경외하다'를, '중(重)'은 '무겁고 중요하다'를 뜻한다.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 존중은 상대의 존재 자체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를 내포한다. 즉, 존중을 실천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존재의 '묵직한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묵직한 무게는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한편, '존(尊)'이라는 글자를 생각할 때, 단순히 상대를 높이 여긴다기보다는 상대를 귀하게 여긴다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싶다. 상대를 높인다고 해서 굳이 나를 낮출 필요는 없다.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추거나 나를 희생할 필요 없이, 나와 상대의 높이를 동등하게 맞추면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존중을 실천할 때 내가 피로해지거나 소진될 이유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존경은 상대를 확실히 높여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존경과 존중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존경에는 '평가'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존경은 상대의 인격, 업적, 행위 등을 평가해 우러러보는 감정이지만, 존중은 평가와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다. 따라서 존중을 실천할 때 존경과 같은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존중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도 실천할 수 있다.
존중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네 가지로 구분했으며, 대인관계의 종류, 친밀도, 문화, 상황에 따라 그 거리는 달라진다. 가족이나 연인처럼 친밀한 관계는 0-45㎝ 정도로 물리적 거리가 매우 가까울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적 거리는 어떨까? 친밀한 관계라면 심리적 거리도 가까울수록 좋은 걸까? 정답은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다'이지만,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개인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심리학적으로 '경계(boundary)'란 개인과 타인, 그리고 외부 세계 사이에서 허용할 수 있는 행동, 감정, 생각의 범위를 구분하는 심리적·정서적 구획을 의미한다. 종종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심리적 거리가 너무 밀접해 각 개인의 경계가 약해지고 겹쳐져 융합된 관계를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나의 일부가 상대에게 좌지우지되거나 조종, 종속의 의미를 띠기도 한다. 서로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혼자 지내기엔 외롭고 힘들며, 헤어짐이 발생하면 마치 나의 일부가 뜯겨나가는 것처럼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상대도 똑같이 생각해야 하고, 마음도 같아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관계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갈등이 쉽게 생겨난다. 왜냐하면 서로에게 존중을 행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가 지켜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 연인, 친구 등 친밀한 관계일수록 각 개인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위한 각자의 경계를 보존해 주는 적절한 거리가 필수적이다. 적절한 거리를 통해 상대와 내가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며, 나와 상대를 구분해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존중의 첫걸음이다.
존중은 모든 종류의 대인관계에 적용할 수 있고, 언제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모든 대상에게 실천할 수 있으며, 나 자신에게도 존중을 실천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묵직하게,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된다. 존중은 힘들지도 피로하지도 않지만 내 삶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윤지애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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