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 닻별' 박서진

김지은 기자 2025. 7.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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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서 1년 내내 찾을 수 있는 별자리인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순우리말로 ‘닻별’이다. ‘장구의 신’ 박서진은 트로트계의 닻별이다.
장구의신 컴퍼니 제공

장구를 치고 트로트를 부르며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람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용기가 생겼고, 우울증도 치유되고 있어요

[우먼센스] '국민이 만든 우승자',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트로트 가수 박서진을 수식하는 말이다. MBN 예능 <현역가왕2>에서 2대 현역가왕의 타이틀을 차지한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상 전례 없는 '메기'로 활약하며 오디션 경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장구를 벗 삼은 신명 나는 무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하는 감동과 울림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박서진이지만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한 그의 도전은 험난했다. 

1995년생인 박서진은 2008년 SBS 예능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트로트 신동으로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2011년 KBS1 시사·교양 <인간극장> '바다로 간 트로트 소년' 편에 출연해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16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도와 뱃일을 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역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며 공연 감각을 익힌 그는 2013년 앨범 <꿈>을 발매하며 정식으로 데뷔했고, '지나야', '춘몽', '흥해라', '즐겨라', '별아 별아', '공주에서' 등 다양한 곡을 발표하며 사랑받았다. 

트로트라는 한 우물만 판 결과 결국 노래로 기회를 거머쥐었다. 2017년 KBS1 시사·교양 <아침마당>의 '도전 꿈의 무대' 코너에서 5연승을 기록하며 왕중왕전까지 휩쓴 것. 이듬해인 2018년 발표한 '밀어 밀어'가 인기를 얻으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해 KBS2 예능 <뮤직뱅크>에 출연했고, 같은 해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회의 단독 콘서트는 티켓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장구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장구의 신'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 결과 가왕의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지금도 여전히 왕좌의 위엄을 보여주는 중이다. 

'장터 가수'라 불린 이유 

<현역가왕2>가 종영한 지 4개월이 흘렀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가왕이라는 큰 타이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게감 때문에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사실 제가 무게감이 없는 편인데 "1등을 하면 무게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언행에도 신경 쓰면서 무게를 실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스터트롯2> <현역가왕2>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습니다. 힘들기로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재차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미스터트롯2>에 출연하고 다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어요.(웃음) 그래서 <현역가왕2>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거절했고, 실제로 장흥의 한 축제에서 "<현역가왕2>에 출연하는 해성이 형에게 투표 많이 해주세요"라고도 했어요. 그런데 TOP7에 들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말에 욕심이 생겼어요. 일본에 트로트라는 장르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어떤 오디션이 더 어려웠나요?
모든 무대가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 <현역가왕2>가 더 어려웠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장구를 치며 노래하면서 생긴 '박서진은 노래를 못한다'는 인식을 깨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그래서 선곡과 보컬, 무대연출에 많은 시간을 쏟았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또 출연할 수 있나요? 
가왕이 됐으니까 출연 안 하지 않을까요?(웃음) 이제 <현역가왕2> TOP7이 일본 가수들과 대결하는 <2025 한일가왕전>에 집중해야죠. 일본 문화를 세심히 찾아보면서 일본인들이 어떤 무대를 좋아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좋은 무대를 보여드려야죠. 

<한일톱텐쇼>를 통해 일본 가수들과 맛보기 대결을 했습니다. 어땠나요? 
처음에는 제가 한국 대표로 나간다는 생각만 했는데, 막상 출연을 앞두고 보니 일본 가수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를 비롯해 진해성, 에녹, 신승태 등 TOP7 가수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무기로 특색 있고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 거예요.

박서진의 특색은 무엇인가요? 
흥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흥을 트로트에 녹이려고 합니다. 장구뿐 아니라 해금이나 아쟁처럼 한국 특유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전통악기를 활용하고, 사물놀이처럼 전통문화를 무대에 녹이려고 합니다. 

박서진을 떠올리면 장구를 빼놓을 수 없죠. 
장구는 박서진을 만들어준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장터 공연부터 차근차근 무대 경력을 쌓을 때 제 곁에는 늘 장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장터 가수', '각설이 가수'라는 수식어를 얻었죠. 그때의 경험 덕분에 어떤 무대든지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관객과 소통하는 능력도 생겼어요. 

어떻게 장구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됐나요? 
중학교 2학년 때 박구윤 선배님이 데뷔곡인 '말랑말랑'을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됐어요. 제가 정모에 참석한 유일한 가수 선배님이죠. 저도 노래만 부르다가 박구윤 선배님이 가위로 무대 꾸미는 것을 보고 획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장구였어요. 처음엔 손과 노래가 따로 놀아서 어려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합이 맞춰지더라고요. 

실제로도 가수 박구윤이 멘토였다고 들었습니다. 
장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장구 치는 모습이 각설이 같아서 무대에 올리지 말라는 말도 들었는데, 무대에 서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박서진이란 이름과 장구 치는 가수라는 타이틀을 알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역가왕2>의 결승전에선 다시 장구를 잡았던 거죠? 
이번 경연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란 말을 듣고 싶어 장구 퍼포먼스보다는 노래 실력이 드러나는 곡을 선곡했었죠. 그런데 마지막 무대에서는 가수 박서진의 상징인 장구를 쳐야겠다고 생각해 '흥타령'을 불렀어요. 흥 나는 무대, 신나는 무대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았죠. 많은 이들이 장구를 치는 박서진을 좋아하는 만큼 오랫동안 장구를 놓지 않으려고 해요.

이제 경쟁자가 생겼습니다. 가수 황민호가 노래하며 장구 퍼포먼스를 합니다. 
예전엔 제가 막내였는데 30대가 되니까 후배가 많아졌어요. 황민호가 제가 일궈놓은 길을 따라와줘서 고맙죠. 장구를 치다 보면 다른 사람보다 관절을 많이 써서 빨리 상하는데, 민호가 열심히 장구 치는 모습을 보고 목 디스크가 걱정됐어요. 실제로 물어보니 "목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선배들한테 받기만 하고 후배를 다독이며 챙긴 적이 없어요. 이제 후배를 어떻게 챙겨야 할지 고민돼요.(웃음) 

장구의신 컴퍼니 제공

공기이자 생명 같은 존재 '닻별' 팬덤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 속 가족들의 유쾌한 일상이 화제입니다.
<살림남>이 관찰 예능이라서 출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개인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게 걱정됐고,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분들을 보면 혼잣말도 잘하고 혼자 재미있게 놀잖아요. 저는 집에서 혼잣말도 안 하고 누워서 TV만 보는 타입이라 '내가 <살림남>에서 재밌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안고 출연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심리 상담도 받으며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살림남>은 제 인생의 전환 포인트예요. 

<살림남> 출연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24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죠. 트로트 가수가 언제 신인상을 받아보겠어요.(웃음) 무엇보다 가족과 더 끈끈해졌어요. 가족은 제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고 늘 저를 응원하는 든든한 존재예요. 지금 모습 그대로 제 곁에 건강하게 오래오래 계셔주시길 바랍니다.

동생 박효정 씨와 케미가 좋아요. 영원한 앙숙이면서도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관계죠. 
동생이 <살림남>에 출연하면서 저보다 인기가 더 많아졌어요. 방송이 나가자마자 2~3개 프로그램에서 고정 출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제가 거절했어요.(웃음) 시청자들이 동생의 다이어트를 응원해 주시는데 동생이 성격도 활발하고 머리도 좋고 의지가 강해서 관리를 잘해요. 저도 동생을 보면서 자극받고 "왜 이것밖에 못 하냐?" 하고 스스로 질타하기도 해요. 

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팬덤 닻별은 박서진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제게는 공기이자 생명 같은 존재입니다. 닻별이 있기 때문에 박서진이 존재해요. 닻별들이 스스로 '박서진의 얼굴'이라고 생각해 공연 관람 후 뒷정리를 하는 등 늘 앞장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과거엔 무대 공포증이나 대인 기피증을 숨기려고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랐죠. 요즘엔 어떤가요? 
관객의 눈을 피하려고 했던 건데 장구를 치고 트로트를 부르며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람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용기가 생겼고, 우울증도 치유되고 있죠. 제가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대중도 우울해질 수 있으니까 무대에서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게 저의 무대 철학입니다. 

트로트가 박서진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트로트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한국의 정서가 담긴 장르죠. 멜로디나 가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요. 나훈아 선생님의 '카톡'이나 저의 노래 '꿀팁'처럼 시대를 반영한 트로트 곡도 많고요. 트로트가 K팝처럼 전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랍니다. 

박서진의 롤 모델이 궁금합니다. 
나훈아 선생님과 남진 선생님입니다. 나훈아 선생님이 최근 은퇴하셨는데 많이 아쉬워요. 트로트 가수로서 선배님들이 닦은 길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껴요. 더 열심히 해서 박서진만의 느낌이 있는 '박서진의 트로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20대에는 '장구의 신'으로 불렸습니다. 30대에는 어떻게 불리고 싶나요? 
'노래의 신'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박수를 받으며 멋지게 떠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래하고 장구를 치겠습니다.

CREDIT INFO

취재 김지은 기자

사진 장구의신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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