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민의 AI로운 아빠생활] 아내의 기획안, AI로 날개를 달다

김지은 기자 2025. 7.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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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편집자 주

<AI로운 아빠생활>은 동화작가이자 콘텐츠기획자인 시우 아빠의 AI 실험기다.  시아 아빠는 '호기심 대마왕' 6살 딸 시우와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팀장 아내 서윤은 '똘똘한 비서' AI로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안병민 제공

 능률 2배 크리에이티브 어시스턴트 만들기 

밤 11시. 책상에 앉은 아내 서윤의 깊은 한숨. 그녀는 패션회사 마케팅 팀장이다. 책임감 강하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아날로그 에이스'. 그녀의 책상 위 신제품 립스틱 관련 시장 분석 자료와 함께 피로가 한껏 쌓여 있다.

"어때? 잘 돼 가?"

"아니. 한 줄 콘셉트가 안 나와."

수십억짜리 캠페인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팀장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녀는 멍하니 시장 자료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나다.', '완벽한 컬러의 힘.' 머릿속에 떠다니는 진부한 문장들에 스스로가 질려버린 표정이었다.

문득 지난달 AI로 유니콘을 만들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선무당 특유의 자신감으로 "AI한테 한번 물어보지 그래?"라고 하자 아내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기계가 뭘 안다고 콘셉트를 잡아? 그냥 내가 하는 게 나아." 그녀에게 AI는 여전히 여섯 살 딸의 장난감 같은 존재다.

아내가 커피를 내리러 간 사이, 조용히 노트북을 열었다. 이름하여 '아내의 야근을 막아라.' 비밀 작전. AI에게 자신만만하게 명령했다. '새 립스틱 캠페인의 콘셉트 10개 제안해줘.' 결과물은? 처참했다. "놓치면 후회할 인생템!" "촉촉함 끝판왕!" 마치 10년 전 홈쇼핑 방송 같은 올드한 톤의 콘셉트가 나왔다.

"아내의 말이 맞았나?" 씁쓸한 실망감을 안고 AI가 뱉어낸 로봇 같은 문장들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동화 원고를 쓸 때도 그랬다. 주인공에게 성격을 부여하고 세계관을 설정해야 이야기가 살아나듯 AI에게도 정확한 '역할'이 필요했던 거다.

작전 수정. 다시 AI에게 말했다. "너는 뉴욕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야. 입력해 준 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신규 립스틱 캠페인 콘셉트를 3가지 제안해 줘. 대표 이미지 아이디어도 함께."

몇 초 후 모니터에 놀라운 결과가 펼쳐졌다.

1. 콘셉트 A (본질주의): 가장 나다운 색, 단 하나면 충분해.

*이미지: 수많은 컬러 속에서, 오직 자신의 입술 색과 꼭 맞는 단 하나의 립스틱을 집어 드는 여성의 손.

2. 콘셉트 B (자기표현): 너의 입술을 캔버스 삼아.

*이미지: 하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짜듯, 다채로운 립스틱 컬러가 예술적으로 펼쳐지는 장면.

3. 콘셉트 C (감각주의): 바르는 순간, 공기처럼 가볍게.

*이미지: 깃털 하나가 여성의 입술에 아주 가볍게 내려앉는, 감각적인 클로즈업 컷.

기가 막혔다. 막혔던 생각을 뻥 뚫어주는 세 갈래의 새로운 '길'. 출력 버튼을 눌렀고 커피를 들고 돌아온 서윤에게 슬쩍 건넸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종이를 받은 아내. 이내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두 번째 콘셉트 '자기표현'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그 아래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었다. AI가 쏘아 올린 작은 아이디어에 전문가의 15년 경력과 노하우가 얹히는 순간.

한참 동안 종이를 들여다보던 그녀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그리고 "'자기표현'이라… 좋은데. 콘셉트 B로 한번 밀어봐야겠어. 근데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알려 줘." 아내의 눈빛은 더 이상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유능한 팀장의 눈빛, 그거였다.

시우 아빠의 슬기로운 AI 활용법 ②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라

AI에게 그냥 '글 써줘'라고 하면 결과도 그냥 그렇다. 하지만 "너는 지금부터 OOO야"라고 역할을 부여하면 AI는 그 역할에 정통한 배우가 된다.

-"너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 전문기자야. 이 보고서 요약해줘."

-"너는 유명한 동화 작가야. 6살 아이한테 우주를 설명해줘."

-"너는 계약서를 검토하는 냉정한 변호사야. 이 계약서의 문제점을 알려줘."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라. 그제야 AI는 당신의 일을 돕는 진짜 전문가로 거듭난다.

글쓴이 안병민(열린비즈랩 대표) 

"경영은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을 모토로 한 마케팅과 리더십, 디지털과 AI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영혁신의 뿌리를 파고드는 혁신 가이드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다음커뮤니케이션',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에서 마케팅을 했고, '휴넷'에서 최고마케팅리더(COM), 엔트리움에서 최고혁신리더(CIO)거쳤다.

CREDIT INFO

기획 김지은 기자

글·사진 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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