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월 이후 잦은 태풍... ‘가을 우기’ 생겼다

우리나라에 ‘가을 우기(雨期)’가 생겼다는 사실이 기상 데이터 분석으로 처음 확인됐다. 여름 장마철에 집중돼 있던 ‘비의 축’이 느슨해지면서 초가을까지 강수가 분산된 것이다.
9일 이화여대 허창회 교수팀이 45년간(1979~2023년)의 국내 기상 관측 자료를 토대로 초가을(9월 10일~10월 10일) 누적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1998년 이후 평균 강수량이 150㎜로 이전(1979~1997년) 평균 대비 42% 증가했다. 이제 한달간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를 ‘가을 우기’로 봐야 한다고 허 교수팀은 설명했다. 비록 기간이 짧긴 했지만, 이달 초 끝난 남부 지방 장마의 경우 강수량이 98㎜였다.
가을 우기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 발생 패턴의 변화로 분석됐다. ‘여름 태풍’이 줄고 ‘가을 태풍’이 늘면서, 여름에 내려야 할 비가 가을에 내리게 됐기 때문이다. 적도 부근에서 태풍이 발생해도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하면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는 길이 막힌다. 그런데 온난화 여파로 북태평양고기압의 후퇴가 늦어지면서, 힘이 약해지는 초가을에 북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태풍 발생 지점이 점차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와 거리가 가까워진 측면도 있다.
가을 태풍의 덩치는 여름만큼 크다. 동아시아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을에 많은 비가 반복적으로 내리며 새로운 우기가 우리나라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태풍 발생 통계를 보면 과거(1991~2020년·30년 평균) 태풍은 8월에 5.6개, 9월에 5.1개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2011~2020년·10년 평균)에는 8월 5.1개, 9월 5.3개로 역전됐다. 작년에는 8월 6개, 9월 8개였다. 올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의 빠른 확장세 때문에 장마가 일찍 끝났기에, 장마철보다 ‘가을 우기’에 더 많은 비가 집중될 수 있다. 허창회 교수는 “기후변화가 강수 패턴의 계절성을 재편하고 있다”며 “집중호우 대비를 여름에 국한할 게 아니라 ‘가을 우기’에 대한 예측 및 대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대기 연구(Atmospheric Research)’에 ‘열대 저기압으로 인해 시작된 한국의 가을 우기’란 제목으로 지난 4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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