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협상 성공의 원칙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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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했던 상호관세 유예 시한(9일)을 코앞에 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국에 '관세 청구서'를 보냈다.
최근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베트남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참고서가 된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일부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카드를 통해 자동차, 철강 등 대미 수출 주력 산업의 관세 부담을 낮추는 정교한 '거래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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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간 성과 못 낸 관세 협상
영국과 베트남 사례 참고 필요
중국 변수, 핵심 광물 비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했던 상호관세 유예 시한(9일)을 코앞에 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국에 ‘관세 청구서’를 보냈다. 유예 시한을 8월 1일까지 한 달 남짓 연장해 주었지만, 그때까지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현재 10%인 기본관세에 15%를 더해 총 25%의 상호관세를 물리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단순한 압박을 넘어, 새로운 무역 질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서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남은 3주간의 협상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라오스, 미얀마 등 일부 국가는 4월 발표보다 관세가 인하되었고, 작년 기준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 규모가 우리보다 컸던 일본조차 우리와 동일한 25% 관세율을 통보받았다. 이는 지난 90일간 우리 정부의 대미 무역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이자, 앞으로의 협상이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을 예고하는 경고등이다.
만약 3주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거대한 충격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도 대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에 높은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여타 품목에 대한 기본관세마저 25%로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면서 국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산업 공동화’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협상 카드를 손에 쥐어야 할까. 최근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베트남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참고서가 된다. 두 사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미국의 협상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는 철저한 ‘주고받기(Give and Take)’ 식 거래다. 미국은 영국에 연간 10만 대의 쿼터(수입 할당량) 내에서 자동차 관세를 인하해주는 대신, 자국산 소고기와 에탄올 시장을 열게 했다. 베트남에는 상호관세율을 대폭 낮춰주는 대가로 미국산 상품에 대한 시장 완전 개방을 얻어냈다.
두 번째 특징은 노골적인 ‘중국 견제’다. 영국과의 합의에서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생산자들이 미국이 정한 공급망 및 소유권 기준을 따를 것을 요구해 사실상 중국을 배제했다. 베트남에는 환적(중간에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것) 상품에 40% 고율 관세를 매겨 중국 기업의 대미 관세 장벽 우회 수출 경로를 차단했다.
이 두 사례는 미국의 새로운 통상 원칙이 ‘거래를 통한 실리 확보’와 ‘중국의 공급망 배제’라는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 두 가지 원칙에 맞춰 협상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일부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카드를 통해 자동차, 철강 등 대미 수출 주력 산업의 관세 부담을 낮추는 정교한 ‘거래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반도체·방산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산업 공급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미국이 필요한 조선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제안하며,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성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압박을 완화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중국 공급망 배제 요구에 대비해 핵심 광물 등의 비축을 늘리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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