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우리들의 낙원, 잠깐 들렀다 가실래요?"

■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낙원’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 못 가봤는데요.
대신 ‘우리들의 낙원’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낙원이란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군요.
행복이란 것도 그렇죠.
눈앞에 있는 것 같다가도 손에 잡히지 않고, 가까운 듯 멀고, 멀어진 듯 다시 가까워지는 묘한 느낌이 듭니다.
한마디로 참 오묘해요.
전시장을 걷다 보면 ‘낙원은 어디에?’라는 질문을 저절로 던지게 되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현대 작가 21명이 참여했고요.
VR, 몰입형 미디어아트, 인공지능까지!
요즘 낙원은 꽤나 테크놀로지에 진심입니다.
어쩌면 낙원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 잠시라도 느끼고 웃는 그 순간에 있는 건 아닐까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문화역서울284의 전시 ‘우리들의 낙원’를 기획한 최진희 전시예술감독을 만났습니다.
▮ '낙원’이라는 주제를 택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번 전시는 '행복 추구'와 '이상향(낙원)'에 관한 전시입니다.
한국의 현대 작가들이 이 주제를 어떻게 그리는지에 관한 탐색 과정에서요.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전시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문화의 정체성을 알아보는 측면에서 보면요. 이상향(낙원)이라는 주제는 한국의 멋지고 아름다운 이상향에 대한 예술적인 이미지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될 겁니다. 이상향에 관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 도덕적인 기준점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요. 따라서 우리들의 낙원을 주제로 형상화된 예술 작품들은 한국인의 이상적인 공동체적 가치지향점과 그 안에 개인적인 가치지향점까지도 드러내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성찰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으로 이상향(낙원)은 인간이 평화롭고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장소의 개념이 우선이었습니다. 반면 현대의 이상향은 도시화, 산업화, 자본주의의 소비주의 같은 환경에서요. 자연은 소외되고 있는 환경 문제처럼 공동체적인 문제들은 물론이고요.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취향과 욕망을 아우르는 내적인 평화와 안식처 같은 부분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 개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상향에 관한 여러 가지 담론을 다채로운 작품으로 살펴보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이상과 행복의 개념을 조망하면서요. 그 가치관 안에서 우리가 삶의 방식과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수용하고 충돌하는지 볼 수 있을 겁니다.
▮ 흥미롭습니다. 행복과 미래에 대한 시선을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한국인의 이상향에 관한 개념은 재정립되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그 내용도 현재진행형으로 부단히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행복을 향한 복잡한 욕망의 단상을 보여주는 현대의 작업을 보면요. 우리가 경험하는 이상향에 관한 질문들과 함께 대안 모색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실험적 작품들입니다.
현대인들은 자연 안에서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동경하지만, 매일 경험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오가며 초현실적인 미래의 이상향을 탐색 중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마주하는, 마냥 장밋빛 같지 않은 미래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들을 비판적 시선으로 질문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100주년이 된 서울역이라는 공간에서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행복’이라는 주제와 어떻게 연결될까 궁금했습니다.

서울역은 어디론가 떠나는 출발역이지요. 설렘, 그리움, 기다림이 채워지는 시작의 공간일 겁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에겐 먼 여행과 출장에서 돌아오는 안도와 위안의 장소이지요.
서울역 준공 100주년이 상징하는 의미를 되새기면서요. 여러 장르의 현대 융합 예술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가지던 우리의 소중한 여정을 기려보고자 했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며 각자의 다른 이상향들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다시금 체험해 보면서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시작 이야기해 볼게요. VR부터 미디어아트, AI 등 다양한 매체를 한 전시에 모았어요.

작품들과 전시 주제와의 관련성을 우선으로 봤습니다. 다양한 매체로 주제를 시각화 한 작품들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고요. 관람객들에게 더 가깝게 소개하고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선명한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트홀릭 독자들도 아시겠지만, 기술 기반의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퍼포먼스아트, 인터렉티브아트가 시각 미술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는데요. 이는 다양한 장르의 결합으로 시청각과 공감각 등 체험형 작품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융복합 예술을 소개하며, 한국 현대 미술의 현주소를 경험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전시작 중 '이건 꼭 보고 가셔야 해요!' 라고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우선, 중앙홀에 상영되고 있는 '초대형 실감형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황세진 감독이 제작한 두 영상 작업입니다. 현대 기술과 상상력이 만난 작품이고요. 17세기 조세걸의 '곡운구곡도'와 18세기 정선의 '금강내산도' 그림으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여행할 수 있는 작품인데요.
중앙홀에 상영되는 두 개의 작품은 각각 황세진 감독(스튜디오 레논)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국립춘천박물관과의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3등 대합실에 전시 중인 이창훈 작가의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작품도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은유적으로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작업인데요. 낙원과 인간의 삶에 대한 관계를 보여주거든요. 작품은 파라다이스의 사전적인 의미를 시각장애인용 점자를 이용해 전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은 높이 설치되어 있어요. 점자는 손을 통해 촉각으로 읽어야 하는데 손으로 읽을 수 없죠. 또한 비장애인은 점자를 모르기 때문에 글씨는 볼 수 있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이처럼 낙원은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늘 찾아 헤매는 신세가 아닐까요.
▮ ‘희망약국’처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더군요.
서울역이라는 장소성을 담아 관람객들이 각자의 이상향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고 가정하고요. 그 여행지에서 쇼핑도 하고 약국도 방문하고 한다는 기획인데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부분을 도입한 겁니다. 재미와 체험 요소가 전시를 좀 더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인데요.
행복약국에서 미술치료와 희망 약을 구매하실 수 있는데요. 희망 약통은 전시에 참여한 윤동천 작가님의 설치 작품의 일부를 가져와서요. 예술 상품의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희망 약통은 전시 기념품으로 구매하실 수 있고요. 이 기념품의 판매 금액 전액은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낙원’이라는 전시 제목에 이끌려 방문하신 아트홀릭 독자들은 '와우 낙원이다!'가 아니라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이 낙원들과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지?' 하고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저의 전시 의도 중 하나입니다. 전시작들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팬데믹(pandemic)으로 힘들었던 시간, 지금 역시도 그 여파로 경기 불황을 경험하며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따뜻한 위로와 재미를 선사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제공: 문화역서울284)
■ 우리들의 낙원
- 장소: 문화역서울284
- 일정: ~ 2025. 7. 27.
- 관람시간: 11:00-19:00 (월요일 휴무)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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